종이신문의 몰락과 유튜브의 급성장1947년 지면을 기반으로 창간된 고대신문에게도 분명한 변화가 필요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코로나시대, 대학언론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말이다. 지난 821일 유튜브를 개설해, 시사성에 기초한 흥미로운 소재를 영상화한 아이쿠(EYE-KU)’와 학내 소식을 20초 정도의 짧은 영상으로 재구성한 쿠피셜(KU-fficial)’을 매주 업로드하고 있다. 고대신문 자문위원인 김종석 KBS PD에게 지면·영상 콘텐츠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1. 재미없으면 이제 신문 안 본다

  “기사나 뉴스는 기본적으로 공적 의미에 주안점을 두어요. 그래서 사실상 재미가 우선이 아니에요. 의미 있는 기사이면 재미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거죠. 그런데 기획기사나 유튜브 영상 등의 콘텐츠는 재미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해요.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보게 되고 의미도 전달될 수 있어요.

  ‘디지털 퍼스트가 된다는 것은 고대신문이 단순히 기사를 쓰는 조직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의미와 재미의 균형을 갖춰야 해요. ‘아이쿠(EYE-KU)’는 통상적인 보도나 저널리즘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신박한 콘텐츠를 만드는 걸로 컨셉을 잡은 거죠. 재미도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합니다.”

 

  -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표면보다는 이면에 있는 이야기, 구체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다뤄야 합니다. 얼마나 디테일에 충실하냐가 그 콘텐츠의 재미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배민 라이더스 체험기’(1910) 기사가 특히 좋았던 이유는 직접 몸으로 뛰면서 쓴 기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밀착도랑 디테일 면에서 아쉬웠어요. 체험에서 더 나아가 시스템이나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해 자세히 다뤘으면 더욱 차별화된 콘텐츠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quality)이에요.”

 

  - 콘텐츠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미디어의 질은 가끔 한 번씩 올라오는 센세이션한 콘텐츠에 좌우돼요. 모든 콘텐츠를 균질하게,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학교 내에 있는 소식을 빠짐없이 전달한 것만으로 신문의 질이 높은 게 아니에요. ‘, 학교 신문인데 괜찮은 기획이 있네?’하는 생각이 들어야 해요.

  유튜브는 한 번 영상을 올리면 계속 남아있고 몇 년 지나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조회수가 계속 오르잖아요. 동영상 한 개를 만들더라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요. 단순히 만들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성 언론과 다르게 신박해야 해요.”

 

  - 기성 언론과 다르다는 의미는

  “어른들은 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는, 젊은 사람들 혹은 고대생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편집의 질이 좀 떨어진다 하더라도 관점이나 기획의 신선함이 더 중요할 수 있어요. 테크닉으로 기성 미디어를 따라가려는 건 한계가 있어요. ‘부모학생’(1910) 기사를 괜찮게 평가하는 이유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제가 봤을 때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기획이거든요. ‘요즘 세대는 알바를 이렇게 하는구나, 대학생 생활을 이렇게 하는구나이렇게 알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저변이 더 넓어지는 거죠.”

 

  - 시간 제약상 매번 의미 있는 기획을 내기는 쉽지 않은데

  “분기에 한 번 정도 의미 있는 아이템을 짜서 시간을 두고 깊게 취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영상물도 오랜 시간에 걸쳐 디테일하게 만든다면 사람들에게 더 임팩트 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 신문사처럼 제한사항이 많은 곳은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기 쉽지 않으니 더욱 시리즈 기획물이 필요합니다. 기사의 가짓수를 줄이고 힘을 주는 강도를 조절해야 하죠.”

 

  #2. 타겟은 고대생만이 아니다

  “지금 고대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 수가 가장 높은 건 유키스 알렉산더 인터뷰 영상(1031일 기준 83000)이에요. 유튜브는 고대생만 보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학교 소식을 유튜브 콘텐츠로 다루는 것은 그렇게 영리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반 사람들은 무관심을 넘어 반감을 가질 수도 있어요. 유튜브에 올라가는 콘텐츠는 조금 더 제너럴해야 합니다. 고대생들 뿐만 아니라 청년세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해요. 대학생의 자취 생활을 담아보는 것처럼요.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요.”

 

  - ‘고대신문인데 괜찮나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어요. 유튜브 콘텐츠를 고대로 한정 짓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더 좁히는 일인 것 같아요. 고대신문 구성원들의 만족을 위한 조직이 되어갈 수 있다는 거죠. 수용자들의 만족이 아니고, 만드는 사람의 만족을 위한 조직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유튜브를 한다는 것 자체가 플랫폼과 청자의 범주가 달라진 겁니다. 고대생만을 위한 디지털은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본질적 의미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3. 이제는 과감하게 바뀌어야 한다

  “요즘은 일반인도 한 달에 몇십 억씩 버는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세상이에요. 이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건 공급자의 마인드보다 수용자의 니즈에 맞추는 것입니다. 그래도 고대신문 기자들은 요즘 세대 감성을 잘 아니까 새로운 시도가 용이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고대신문은 상당한 전통이 있는 학보사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관성과 타성을 얼마만큼 과감하게 버릴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죠.”

 

글 ㅣ 이선우·성수민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ㅣ 임승하 기자 forest@

 
 

 

  "고대신문에게 바란다"

 

  교무부총장의 책임을 맡게 되면서 고대신문이 나오는 월요일에는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고대신문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끔 학교의 입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기사가 나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고대신문은 대학인의 비판정신과 실험정신을 지면에 담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의사 소통과 여론 형성의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유진희 교무부총장

 

  고대신문의 독자는 교수도 있겠지만, 핵심 독자는 학생일 것입니다. 주독자인 학생, 대학원생에게 도움을 주는 기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봐요. 학생들이 재미있게 읽는 기사를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뉴스도 분명 있을 거예요. 하지만, 학생들이 재밌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기사가 많아지면 자연히 신문에 대한 관심도 올라갑니다.

- 박재영(미디어학부) 교수

 

  고대신문이 학술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고를 확대하는 것과 아울러 박사학위 수여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는 것도 고려해보기 바랍니다. 시의성은 물론 새로운 주장을 담는 것이기에 아카데미즘의 방향성과 일치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성엽(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전세계를 급습한 감염병 위기가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변혁이라 칭하는 변화의 속도가 엄청납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학생들의 생각과 의식, 문화가 바뀐다고,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의 본령이 변화할까요? 자유, 정의, 진리의 건학이념이 진부한 구호가 아니라 새 시대에도 살아 쉼 쉬는 우리의 이상이 될 수 있을까요?

해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이 필요합니다.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이어받으면서도 부단한 혁신을 통해 고대정신을 재해석하며, 더 나은 세상을 선도하는 격과 결이 다른 고대신문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 김신곤(의과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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