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별점: ★★★★★

한 줄 평: 꿈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꿈, 영화 같은 사랑 그리고 사랑을 품은 영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 결말부 미아와 세바스찬이 서로 눈을 마주칠 때의 표정들

  데이미언 샤젤 감독의 라라랜드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꿈에 대한 감독의 가치관이 전작 위플래쉬만큼 뚜렷하게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경이로운 색감과 음악의 오프닝이 끝나면 미아와 세바스찬의 로맨스가 펼쳐지는데, 다른 영화들처럼 뻔한 결말로 끝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라라랜드는 현실성과 낭만성 모두를 극대화한 이야기로 영화의 순수한 가치까지 되짚어 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세바스찬과 그의 재즈는 꿈과 낭만 그리고 이상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미아는 매번 배우 오디션에 떨어짐으로써 현실에 좌절하는 현대인의 이미지와 겹친다. 그런 그녀가 그를 운명처럼 만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레스토랑에 미아가 억지로 앉아 있는 장면이 있다. 이때, 신기하게도 스피커에서 세바스찬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오고 곧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스피커 옆에 ‘EXIT’이 비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꿈과 현실이 조우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서 그것들이 만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답은 간단하다. 이건 영화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추고 중력이 사라지는 것 모두 허구성을 가진 영화라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영화는 꿈이자 낭만이다. 샤젤 감독은 주인공들과 영화를 지속해서 교차시킨다. 미아가 스크린 앞에서 세바스찬을 찾을 때 얼굴 위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고,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속 인물들을 현실에서 똑같이 따라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이 먼저 존재해야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법. ‘위플래쉬부터 퍼스트 맨까지 샤젤의 모든 주인공은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양상을 띤다. 영화 중반부까지는 낭만적인 로맨스로 가득하지만, ‘가을파트가 시작되면 서서히 음악보다는 두 남녀 간의 대화가 핵심이 된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의견 차이로 갈등이 생길 때는 현실적인 대사들이 오고 간다. 더 나아가 결별하는 장면에서는 아예 어떠한 음악도 없이 담담하게 바람 소리와 대화만이 중심을 이룬다. 과장된 감정 묘사 없이 많은 뜻이 함축된 한 마디 한 마디가 더욱더 안타깝게 만든다.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허구성, 낭만성을 가장 극대화한 부분은 역시 결말이다.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를 포기했던 남녀의 최종적인 소망이 사실 서로였다는 것은 심금을 울리기 충분하다. 여기서 영화는 현실과 다른 낭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잠깐이나마 허락한다. 영화라서 인물들이 둥둥 떠오를 수 있고, 영화라서 주인공들의 소망이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을 짧은 순간 동안이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영화라는 마법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라는 말이 아직 유효하다는 걸 우리에게 증명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엄청난 값어치가 있다.

최환성(문과대 독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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