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연령화, 흉악해진 청소년 범죄

보호시설 있지만 개선점 많아

지역 내 협력적 대응이 중요

 

  올해 329일 밤 12, 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과의 추격전 도중 사망사고를 냈다. 사망자는 올해 대학에 입학해 생활비를 벌고자 배달대행 일을 하던 대학생. 당시 운전자는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로 촉법소년에 해당해 형사처분을 받지 않았다. 갈수록 흉악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소년법 개정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경찰청에 의하면, 청소년 범죄자 수는 전체 범죄자의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청소년 범죄 재범률은 약 32% 정도로 10명 중에서 3명이 재범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양적으로는 감소 추세지만, 청소년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기에 비율 자체가 주는 것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청소년 범죄 전문가 장석헌(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저출산으로 범죄 건수가 감소했을 뿐 저연령화, 흉악범죄증가, 사이버 비행 증가 등으로 청소년 범죄는 질적으로 흉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처벌 혹은 따뜻한 교화. 어떤 방향이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장석헌 교수를 찾아가 청소년 범죄의 현황과 대책에 대해 물었다.

 

- 청소년 흉악범죄가 늘면서 소년법 개정을 통해 처벌가능 나이를 14세 미만보다 더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자를 처벌하기보다는 보호해야 한다는 게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입장입니다. 부모가 다하지 못한 보호, 교육 등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해야 한다는 것을 국친 사상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어버이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죠. 이 국친 사상으로 인해 성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주로 형사소송법을 적용하지만, 소년 범죄자에 대해서는 교육하고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소년법을 국가별로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년법상의 비행소년을 범죄소년촉법소년으로 구분합니다. 범죄소년은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말하는 것입니다. 범죄소년은 범죄를 저지를 시 형사적 처벌이 가능하지만, 촉법소년은 형사 미성년자이기에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최근 청소년 범죄의 저연령화 추세에 따라 처벌 가능 나이를 14세에서 12세 정도로 하향 조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개정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봅니다. 소년법을 차치해도, 형법에서는 14세 미만을 형사 미성년자로 보고 있기에 개정을 한다고 해도 법 해석에는 계속 논쟁이 따르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촉법소년의 나이를 12세나 13세 정도로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13, 14세 이 연령층에서 강력범죄가 종종 일어납니다. 빈도수로 따지면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살인을 저지르거나 경악할 만한 폭력을 행하는 경우가 있기에 낮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소년법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나이가 아직 어리기에, 사회와 단절시키는 강력한 처벌보다는 교화를 통해 청소년 범죄자들이 사회로 다시 돌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소년법의 목표예요.”

 

  촉법소년은 형사적 처벌 대신 소년법에 근거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형사처분, 보호처분 두 가지로 이원화된 처벌제도를 운용한다. 범죄소년의 경우 두 가지 처분을 모두 받을 수 있고, 촉법소년은 보호처분만 받는다.

  형사처분은 성인 범죄자와 같이 경찰, 검찰, 법원, 교도소 단계를 거친다. 형사처분을 받을 경우, 경북 김천에 위치한 소년 교도소에 수용된다. 보호처분은 가정법원 단독판사가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0가지 중 한 가지 또는 여러 가지를 병합해 처분을 부과한다. 보호처분의 경우 전과 기록에는 올라가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 범죄 중에는 랜덤채팅을 통한 조건만남, 성매매 등 온라인 범죄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범죄 빈도 자체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범죄는 흉악 범죄가 거의 없어서 전체적으로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습니다. 온라인 범죄의 경우, 주로 음란물이 가장 문제가 됩니다. 음란물과 더불어 청소년 성매매도 사회적으로 상당한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개인적 요인과 사회환경적 요인으로 나눴을 때, 온라인 성범죄의 확대는 자아 통제력 상실 등 개인적 요인도 있지만 사회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사회환경적 요인에는 학교환경, 가정환경, 지역사회환경 등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공간들이 많다면 청소년 비행은 늘어나게 됩니다. 건전한 놀이 공간이 많아야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놀 수가 있는데, 유흥업소와 같은 불량한 환경이 많다면 청소년 비행의 요인이 되죠.”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신고 포상금을 주거나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유흥업소의 업주에게 영업상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안이 시행 중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형사정책이 예방보다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해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센터, 회복센터, 가출 쉼터 등의 기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장석헌 교수는 기관 운영에 필요한 인력, 예산 등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현재 한국의 청소년 보호정책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보호할 때 규제대상과 보호대상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확장유행의 입장을 따릅니다. 술집 주인이 청소년에게 술을 판 경우, 규제는 술집 주인이 받고 청소년은 보호를 받는 것이 예시입니다. 이에 여러 기관이 청소년을 유해시설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지역 유지를 통해서 보호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죠.

  일본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음란행위금지, 판매기기 규제, 심야외출 규제 등을 조례로 제정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조례를 제정해 청소년 보호, 육성에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조례를 제정하게 되면 보호기관 확대나 인력 충원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 세계적으로 청소년 범죄에 잘 대처하는 국가는 어디인가요

  “대표적으로 영국이 있습니다. 영국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유관기관이 범죄예방 파트너십을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1988범죄와 무질서 법을 제정해 범죄와 무질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치단체, 경찰, 보호관찰 기관, 지역사회에 있는 보건소 등의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했습니다. 또한, 지자체와 경찰이 파트너십을 구성하도록 법으로 강제했습니다.

  파트너십의 예시로 ‘MAPPA(다기관공공보호협의체)’가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에 대응할 때 관련 기관끼리 공동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도 청소년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있지만, 공동대응을 할 법적 의무는 없어요. 시청은 청소년 복지, 교육청은 청소년 교육, 경찰서는 청소년 범죄, 시민단체는 청소년 상담업무를 따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기관들이 청소년 범죄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범죄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2010년대 들어 경찰과 여러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치안협의회를 운영한 사례는 있다. 협의회에는 경찰, 교육청, 소방, 언론, 시민단체, 대학 등의 기관이 참여해 기초 질서 수호, 사회적 약자 보호, CCTV 설치 확충 등 치안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진행했다.

  또한 공식적 통제기관만이 아니라, ‘가정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여러 비공식적 통제기관이 있지만 그중 가정이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정은 청소년 범죄에 있어 1차 범죄통제기관입니다. 부모의 부부싸움을 자주 목격했다든지, 아동학대에 노출된 상태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종종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학교폭력을 가하고, 군대에 가선 군 가혹행위에 가담합니다. 결혼 이후에는 가정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폭력의 악순환이죠. 가정에서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신용하 기자 dragon@

사진제공장석헌 교수

인포그래픽윤지수 기자 ch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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