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근 법무부에 휴대폰 비밀번호 해제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법안은 국민인권의 침해와 사법기관의 과잉수사를 야기하는 문제적인 발상이다. 더욱이 특정 사건의 수사 필요성을 들어 입법을 지시한 것 또한 행정입법권의 남용으로 비쳐진다. 장관의 지시가 알려지자 정의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휴대폰 비밀번호 강제해제 시도가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법무부는 휴대폰 비밀번호 해제 강제에 몇 가지 단서를 달아 설명하고 있다. 법원의 명령을 전제로 하고,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재 방법을 형사처벌 외에도 다양하게 하고, 대상 범죄를 인터넷상 아동음란물 범죄나 사이버 테러 등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의 검토지시 동기가 무엇인지 익히 알려졌기에 어떤 단서조항을 붙이든 논의의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개인 휴대폰의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고, 이에 불응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상은 형사법상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추정원칙을 등을 뒤흔드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들 인권의 보호방안과 법적절차는 오랜 민주화 노력을 통해 힘들게 획득한 가치였다. 정부여당이 줄기차게 내세우는 검찰개혁은 과도한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고 분산해 권력기관 간의 상호견제를 이뤄내, 이를 통해 국민인권의 확대를 가져오자는 것이다. 휴대폰 비밀번호의 강제해제는 해당 취지에 전적으로 반하는 일이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가히 2의 인격으로 여겨진다. 휴대폰은 모든 개인정보와 소통과정이 담긴 사생활의 집결체이다. 외국법의 사례에도 휴대폰 비밀번호 강제 해제는 조금씩 다른 입법안을 갖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의 고도화와 사이버 테러의 빈발로 수사의 핵심단서로서 핸드폰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핸드폰의 비밀번호 해제가 수사과정에 꼭 필요하다면 차분한 논의 속에서 입법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내지르는 식의 입법 검토지시는 국민에게 정당성을 공감받기 힘들다. 휴대폰 강제공개 입법논의는 취지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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