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긴장감이 슬슬 전국을 뒤덮고 있다. 수능 역사상 최초, 올해 수험생들은 12월에 수능을 치른다. 수능 전 학교에서 수능 시간표에 맞춰 모의고사를 풀고 울리는 종소리도, 수능 시험장 앞에서 응원하는 후배들의 모습도 올해는 없다. 배낭여행 가기, 염색하기, 운전면허 따기, 수능이 끝나고 자유를 만끽할 기대감에 들떠 적었던 버킷리스트도 이제는 모두 마음 놓고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 수험생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수능(12.3),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차질이 없도록 가족의 마음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해 유행확산을 꼭 막아주세요.” 설상가상으로 수능을 일주일가량 앞둔 지금, 코로나 확진자가 300명대 후반으로 급증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와 무관하게 예정된 날짜에 수능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불안하지 않을까. ‘내가 이러려고 수험생활을 견뎠나착잡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수능만큼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응원하는 시험은 없다. 영어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의 이착륙이 금지되고, 지각하면 경찰차가 시험장까지 태워준다. 아랫집에 수험생이 있다고 하면 괜히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지고, 기상청은 벌써 수능 시험날 날씨를 예측하고 있다. 이미 어른들은 수능이 인생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 그 이상의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근데, 왜 코로나는 안 막아주지. 안전은 왜 뒷순위로 밀렸을까. 냉혹한 경쟁사회에선 생명도 1등은 못 한다는 걸 뼈아프게 체감했다.

  얘들아, 예방접종이다. 사연 없는 수험생활 없다지만, 억울함이 밀려올 때면 따끔한 예방접종을 먼저 맞았다고 생각하자. 예방접종을 하면 독감에 아예 안 걸리지는 않지만, 이후 독감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했을 때 덜 아프고 지나갈 확률이 높아진단다. 앞으로도 경쟁에서 울고 넘어질 일은 많다.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아픈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사회가 놓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은지현 기자 silver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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