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기 한남대 교수 토목건축공학부

 

  건설산업에서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책은 크게 원도급자의 불공정 행위에 따른 하도급자 보호, 기업규모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대··소기업 간 상생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된다.

  전자의 경우, 최근 건설생산체계 개편으로 인해 원도급 역할을 주로 맡아온 종합건설기업과 하도급 역할을 담당해 온 전문건설기업 간의 업역이 철폐되면서 건설기업이 경우에 따라서는 원도급자로 경우에 따라서는 하도급업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기존의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간의 반영구적 상호 배타적인 원·하도급관계보다는 덜 경직된 관계를 형성할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기업 규모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대··소 간 상생 차원에서 중소건설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 시장에서 건설기업의 수는 이전과 다르지 않지만 건설수요는 한정적이며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현재의 건설시장 상황은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건설기업에 비해 공공공사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건설기업에 더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이로 인해 대··소 건설기업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수주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결국 수급이 불균형한 시장은 건설기업 간의 과열경쟁을 유발하여 중소기업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어느 나라건 건설시장 구조가 대형기업 위주로 운영되어 중소기업 보호정책은 대체로 건설업 상생의 측면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존의 국내 중소기업보호 제도는 무자격, 부실기업, 페이퍼 컴퍼니 등 역량이 부족한 기업도 수주의 기회가 주어지는 물량배분 구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건강하고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오히려 훼손하는 측면은 없는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건설산업 선진국인 미국에도 중소기업에 일정 물량을 강제적으로 배분하는 연방정부 차원의 goaling program이나 set aside 제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건설산업 내 지역 중소건설기업 보호 정책에서는 시장경쟁이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우대제도는 낙찰자 선정 시 일정 비율(: 5%, 지역에 따라 다름)로 가격경쟁에서 우대받도록 하는 가격 우대(Bid preference), 평가 시 일정 비율의 가점 부여, 동등한 조건일 경우 지역기업에 낙찰(Tie bid preference)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중소기업을 배려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를 고려하여 보호하는 영역을 설정하더라도 시장 내에서 기업 간 경쟁기회를 제공하여 경쟁은 살아있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우대정책은 입찰에 있어서 타 지역 소재 기업이나 대기업의 참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역 중소건설기업보다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지니면 얼마든지 입찰에 참여하고 수주할 수 있어 공정경쟁원리를 적용하는 동시에 지역기업에 유리한 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지역 중소기업들에는 타 지역기업 혹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일정 부분 약자임을 인정하지만, 우대하는 범위 내에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역 내 사업도 수주가 힘들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 이런 면에서 미국의 지역 중소기업 우대제도는 지역 중소기업을 우대하지만, 공정경쟁 원리를 동시에 수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정책방향에서 보여지듯 국내 건설산업의 중소기업보호의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성실하게 사업하는 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작정 보호는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건설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보호는 시장의 공정경쟁원리를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경쟁지향적 중소기업 보호제도의 개선을 토대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한 건실한 중소기업이 성장할 때, 건설시장에서 대··소기업의 상호 동반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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