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코로나 첫 확진이 발생한 지 316일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양해를 구하며 잠잠해지면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천 번 저어 먹는 달고나 커피같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유행하기도 했다. 열심히 준비했던 행사와 공연들도 취소되었다. 조금만 버티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316일의 희망 고문 속에서 누군가는 항상 그만둘 거라고 버릇처럼 말하던 직장을 한순간에 잃었고, 하루만 쉴 수 있으면 좋겠다던 누군가는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웃음은 어느새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 자연스레 비난은 확진자에게 돌아갔다. 집에 있으라고 할 때 집에 있지 왜 밖에 나간 거냐, 조금만 쉴 수 없었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동선을 통해 개인사를 유추하며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퍼질 때도 있었다. 확진자의 신상이 유출되기도 했다. 길어지는 세계적 감염 시기에 서로 배려하는 마음은 사그라들었다. 코로나를 일시적 상황으로 여기며 이에 대한 대비와 책임을 개인에게 온전히 맡긴 결과였다. 이 질병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 ‘나만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분노가 만든 결과이기도 했다. 인내심을 저버린 듯한 확진자는 쌓아온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기에 매력적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괴된 일상에 대한 분노를 단순히 표출하는 것이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물론 코로나 종식이 가장 빠른 해결일 테지만,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종식되기를 바라는 것이 다소 허황한 기대일 수 있다. 이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로나를 바라봐야 하기에, 2021년에는 코로나가 종식되지 못하더라도 안전하게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코로나와 같은 범유행 질병을 바라보는 모두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지나가는 유행병이라는 인식에 따른 주먹구구식 대응이 아니라, 지진과 화재와 같이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재해로 보고 이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질병 상황 속에서도 자유를 최대한으로 지킬 수 있도록 여러 기술과 방침, 강령이 제작되어야 한다.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안전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기업, 대학, 정부 등의 주체는 질병에 대비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물론 개인도 방역수칙 등의 지침을 충실하게 따를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혼돈 상황에서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류서희(자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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