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시장 의존이 한계

개성 없는 ‘복붙’게임 양산도

매출이 아닌 질적 향상 고민해야

 

  코로나19 언택트 경제의 흐름을 타고 게임산업은 연일 호황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모바일게임 이용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PC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의 동시 접속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국내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기도 했다.

  게임산업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단연 효자산업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8년 콘텐츠산업의 수출액 중 게임산업의 수출액은 641149만 달러로 전체의 66.7%를 차지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21.2% 증가한 수치다. 2018년 국내 게임산업 규모도 한국콘텐츠진흥원 기준 142909억 원으로, 2014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와 달리, 게임업계 내부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게임사 간 양극화, 게임의 다양성 저하에 따라 실제 경쟁력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증가추세인 매출액도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에 의존하고 있고, 신규시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소게임사 '플레이어랩(Playerlab)'의 한 직원이 스포츠게임을 개발 중이다.
중소게임사 '플레이어랩(Playerlab)'의 한 직원이 스포츠게임을 개발 중이다.

 

  양산형 게임에 글로벌 경쟁력 부족

  한국 게임산업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의 주요 수출국 및 권역을 조사한 결과 중화권(중국·홍콩·대만)’의 비중이 46.5%로 가장 높았다. 현재 넥슨의 매출 20%를 중국이 담당할 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화권의 수요는 높지만, 실제 게임을 유통하는 과정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게임 서비스 라이선스인 판호’(유통허가권)를 받아야 한다. 게임에서 돈이 드는 재화(캐시 아이템)를 팔려면 중국 정부의 추가 허가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중국 내 검열 증가로 20173월 이후 중국 정부의 판호를 받은 국내게임은 단 한 건도 없다. 2018년 한국 게임의 중화권 수출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해도 2017년보다 14.0%p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개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핵심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해외로 수출된 게임은 던전앤파이터(넥슨)’,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등이 주요한데, 모두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전석환 사업실장은 해외 진출 현황을 보면 PC 게임에서는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가 여전히 고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외국 게임 이용률 차트를 봐도 이 두 게임 외에는 한국 게임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게임전문웹진 디스이즈게임의 임상훈 대표는 예외적으로 검은사막(2015)’, ‘배틀그라운드(2017)’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라며 그 사이나 최근에 글로벌로 성공한 게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수출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오래전 수출된 게임들이 지속해서 매출을 내는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지, 한국 게임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게임들이 언제까지 국내 게임산업의 수출액을 책임져줄지 확실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던전앤파이터의 매출이 감소하자, 넥슨의 중국 매출이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직전년도 대비 10% 감소했는데, 2003년 진출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여전히 중화권이 게임 수출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상황에서, 매출 감소는 우리나라 게임수출 전체의 문제로 이어진다. 신규 게임 개발로 외부 시장을 개척하면 되지만, 현재로선 답보상태다. 한국·중국 위주의 시장이 익숙한 나머지 글로벌로 나아갈 판로를 모색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진출 판로가 막히자 그 중압감은 내수시장으로 쏠렸다. 과금제, 현금 거래 등으로 수익 추구에 유리한 MMORPG(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게임)로 국내 게임장르가 편중됐다. MMORPG는 현재 게임시장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석환 실장은 해외로 신규게임이 진출을 못 하니 내수시장에서 그 매출을 감당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산형 게임도 건전한 게임산업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양산형 게임이란 수익성을 위해 이미 성공했던 요소들을 벤치마킹해 내놓는 게임이다. 중소 게임개발사 자라나는 씨앗김효택 대표는 게임업체들이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보다는 상업적 성공에 굉장히 초점을 많이 맞추게 된 것 같다돈이 되는 MMORPG를 만드는데 주력하다 보니 유저들도 껍데기만 바꿔서 출시됐다고 비아냥거린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키워 시장 다변화해야

  게임사 간 양극화도 시장 다변화를 막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산업 자체는 성장할지 몰라도, 대기업에 매출이 쏠려 산업의 허리가 되어야 할 중소게임사들이 사라졌다. 2018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전체 매출액의 94%는 직원 100인 이상의 기업들이 차지했다. 국내 게임사 중 92%가 중소게임사로,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 전석환 실장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기형적으로 압정형 구조라고 평가했다.

  20201분기 국내 주요 게임사의 매출을 살펴보면 매출쏠림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23개 국내 주요 게임사(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 NHN(게임부문), 컴투스, 카카오(게임부문), 네오위즈, 게임빌, 웹젠, 위메이드,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넷게임즈, 플레이위드, 데브시스터즈, 액토즈소프트, 엠게임, 한빛소프트, 넵튠, 액션스퀘어) 매출을 합산한 결과, 20201분기에만 약 3565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1분기 상위 4개 게임사 매출만 더해도 26766억 원이다. 4개 게임사가 23개 게임사 매출 총합 중 75%를 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내 중소게임사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채로운 인디게임을 통해 다양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택 대표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게임개발환경으로 가는 게 중요한데, 현재 시장 내에서 그런 노력이 굉장히 결여돼있다그 노력은 작고 힘없는 인디게임 업계에서나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게임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올해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단계적 지원을 시사했다. 정부가 택한 지원 방식은 간접지원이다. 몇 개의 중소사업체를 선정해 현지화, 인프라 구축,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때, 마케팅에 대해선 전문적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 전석환 실장은 중소게임사는 주로 10인 이하이기 때문에 수익을 다변화하는 것을 고민하는 사업부와 게임개발부로 나눌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게임을 어떻게 재밌게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게임을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도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 임상훈 대표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미소녀들을 캐릭터로 내세운 중국게임 소녀전선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포커스할 니치(niche) 그룹이나 시장에 대한 진정성과 전문성을 키운다면, 글로벌 마니아층은 이에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출이 목표가 된 게임 생태계. 매출이 중요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중점이 된다면 다양성은 보장될 수 없다. 김효택 대표는 매출액으로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게임을 만들었고 그 게임이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지를 정부지원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해에 중소기업이 많게는 100개씩 망합니다. 어려움에 빠져있는 개발사들이 자생하도록 해준다면 게임 생태계의 밑바탕은 지금과 다르게 탄탄해질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매출액, 수출액, 고용증대 이런 포인트의 성장·경제 지향적 목표를 잠시 내려두고 질적인 향상과 다양성의 가치 추구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남민서 기자 faith@

사진양태은 기자 aurore@

인포그래픽임승하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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