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기반 재정비 시급

공정한 운영체계도 필요

 

  1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인 담원게이밍이 중국의 쑤닝게이밍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롤드컵은 최고 388만 명의 글로벌 시청자(중국 제외)가 동시에 시청하는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다.

  롤드컵 6회 우승을 차지한 우리나라는 역대 최다 우승 자리를 지켰지만, 지난 2년간 4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e스포츠 종주국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반면, 탄탄한 스폰서를 가진 미국과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이상헌, 조승래 의원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e스포츠 재도약을 말하다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가한 이종엽 젠지e스포츠 마케팅 총괄은 소수 팀은 세계 정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리그는 3부 리그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온다한국이 다른 나라에 따라잡힌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이미 우리가 다른 나라를 쫓아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e스포츠, ‘판이 작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약 1398억원으로 2018년보다 22.8% 증가했다. 전 세계 e스포츠 산업규모 약 1960억 원의 16.5% 수준이다. 이종엽 총괄은 “1000억 원이 넘는 건 적은 수준은 아니지만,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에 비하면 글로벌 비중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많은 중국과 팬층이 두꺼운 미국에 비해 시청자가 적은 우리나라의 e스포츠 시장이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입을 모은다. 브랜딩 효과가 큰 해외 시장에 게임단과 스폰서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뛰어난 선수가 유출되고, 국내 리그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시청자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주요 e스포츠 게임단에는 외국인 선수가 없는데 반해 해외 상위 e스포츠 게임단의 한국인 선수 비중은 압도적이다. 한국인 선수의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지표이지만, 해외 e스포츠 게임단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 유출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게임 웹진 인벤의 장민영 기자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자본이 한국의 유명 선수, 유능한 코치진, 유망주와 유능한 방송국 PD까지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게임 웹진인 디스이즈게임의 임상훈 대표는 야구로 예를 들면 메이저리그 선수를 다수 배출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이 야구 선진국이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자칫하면 우리나라는 뛰어난 선수와 코치의 배양지에 머물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e스포츠를 중계할 수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국내 e스포츠 리그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향상해 전 세계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면, 다국적기업이 국내 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생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김혁수 게임본부장은 포럼에서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축적된 인적, 물적 역량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하겠다“e스포츠의 인식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해서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로 발전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스포츠의 공공 개입 신중해야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해 지역 상설경기장을 확충하고 동호인 대회를 개최하는 등 e스포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선정한 11개의 e스포츠 종목을 중심으로 리그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스포츠가 게임사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달리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는 게임사가 시장에 크게 개입한다. e스포츠 산업이 게임사 주도로 발전하는 이유다. 임상훈 대표는 “e스포츠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게임사는 없다“e스포츠는 게임사의 마케팅 수단임을 인식하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러 게임사는 시장 점유율 제고를 목표로 e스포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소유한 게임사 라이엇게임즈e스포츠 분야에서 적자가 늘어났지만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 중이다.

  e스포츠 진흥을 위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선수와 게임단 간 불공정한 계약을 막고, 승부조작을 예방하는 등이 그것이다. 910일에는 e스포츠 표준계약서의 제정과 보급을 규정한 이스포츠진흥법이 시행됐다. 상금 등의 분배 비율을 사전에 합의하고 일방적 계약 해지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장민영 기자는 작년 한국 게임단이 유망주인 미성년자 선수를 불공정한 계약과 함께 해외에 헐값으로 넘겨 큰 논란이 일었다우리나라 e스포츠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나 게임단에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훈 대표는 e스포츠 진흥에 대한 사회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e스포츠만의 장점을 찾지 못하고 타 스포츠와 같은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e스포츠만의 지원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낙준 기자 choigo@

인포그래픽임승하 기자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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