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시절의 열정을 또 다른 자리에서 이어간다
선수시절의 열정을 또 다른 자리에서 이어간다
  • 남민서·최낙준 기자
  • 승인 2020.11.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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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로게이머 김정민·김태영 인터뷰

해설가와 코치로 현장에서 활동

“한국 선수는 너무 열심히 해”  

e스포츠의 위상 변화 체감

 

 

김정민 해설은 '사람들의 함성과 짜릿함을 하루라도 더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김태영 코치는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영 코치는 '상대를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발력 있는 판단으로 팀의 승리를 이끄는 승부사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브레인까지. 화면 속 프로게이머의 모습은 대중에게 익숙하다. e스포츠가 탄생한 지도 20년이 넘었고, 화면 안팎에서 프로게이머들은 여전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 1세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팬들의 사랑을 받다가 해설가로 변신한 김정민 게임해설가와 2016년 대표팀 주장으로 오버워치 월드컵 우승을 이끈 뒤 후배를 양성하고 있는 김태영 코치에게 프로게이머와 그 이후의 삶에 관해 물었다.

 

  -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는

  김정민 해설스타크래프트가 1998년에 나왔을 때 호기심에 이끌려 친구들과 피시방에 간 게 시작이었어요. 친구들과의 경쟁을 즐기다가 점차 대한민국 전체 유저와의 경쟁에 목마름을 느끼게 됐죠. 실력 상승에 대한 열정으로 순위를 올리다 보니 제 길은 어느새 프로게이머로 향해 있었어요.”

  김태영 코치“2009년 대학생일 때 팀포트리스2를 접하면서 경쟁적인 게임에 몰입하다가 비슷한 게임인 오버워치로 전향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잘 몰랐고, 단지 게임을 통해 뭔가를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죠. 그러다가 장건웅 전 감독의 제의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김정민 해설부모님 세대는 e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고, 게임에 대한 인식도 낮아서 반응이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제가 프로게이머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게임이 어떻게 스포츠냐는 비아냥을 가벼운 조롱 수준으로 들었죠. 하지만 당시 젊은 세대는 꽤 긍정적이었어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시대의 중심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또래들이 부러워한 기억이 나네요.”

  김태영 코치다사다난했습니다. 원래는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과 진로를 택했어요. 부동산 공부를 했었죠. 당시에는 꿈도 확실치 않았고 솔직히 세월을 낭비했어요. 그러다가 여러 경험을 하면서 결국에는 누군가와 겨루는 것, 그러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제 마음을 스스로 알게 됐어요.”

 

  - 은퇴 후에도 e스포츠계를 떠나지 않았는데

  김정민 해설해설자로 진로를 잡았지만, 조언해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매일같이 집에서 발음과 발성 연습을 했어요. 방송을 돌려보고 자신을 냉철히 평가하며 개선점을 찾아냈죠. 게임 속 어려운 발음을 효과적으로 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태영 코치원래부터 코치를 하고 싶었어요. 직접 게임을 해서 사람들을 이기는 것보다 팀이나 파트너를 지도하면서 게임을 이끌어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었거든요. 게임을 하다가 화가 나면 보통 욕을 하고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는 단순히 기분을 푸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에 게임에서 또 만났을 때 실력이 향상돼 있도록 방법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저들이 그런 저를 알아주자 어느 순간 그걸 지향하게 됐습니다.”

  ‘TaiRong’이라는 아이디로 익숙한 김태영 코치는 2016년 오버워치 국가대표로 뽑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711월에는 미국에 연고지를 둔 오버워치 게임단 휴스턴 아웃로즈의 초대 헤드코치를 맡았다. 현재는 젠지 글로벌 아카데미 오버워치 강사로 활동 중이다.

 

  - 코치로서 바라보는 게임은 선수 때와 어떤 차이가 있나

  김태영 코치프로게이머는 경쟁적인 상황에서 상대를 이기는 데 열을 올리지만, 코치는 깔끔하게 이기는 방법에 대한 사전작업에 대해 많이 고민합니다. 게임 전략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안 좋은 버릇을 고치는 데 집중했어요. 선수들이 게임에 잘 집중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한 역할이에요.

  특히 외국 선수들과 함께하다 식단관리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휴스턴 아웃로즈 소속 린저 선수의 경우 식습관이 독특했는데 피자와 콜라가 주 끼니였죠. 린저 선수는 게임이 잘 안 풀리면 화를 내며 자기를 망가트려서 걱정이 많았어요. 액상과당과 기름진 음식이 성격과 집중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알려주자 린저가 콜라를 끊었고, 전체적인 경기력이 많이 개선됐어요. 외국에서는 선수의 건강과 심리를 관리하는 퍼포먼스 코치를 e스포츠에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 우리나라 게임단만의 문화가 있다면

  김태영 코치외국에서 e스포츠 코치는 게임 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많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선수와 코치가 숙소에 상주하면서 사생활을 공유하죠. 코치가 함께 생활하면서 밥도 하고 인생 얘기도 하는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서로에게 녹아들면서 특유의 열정과 오지랖이 발휘됩니다. 끈끈하죠.”

  김정민 해설가는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초창기 임요환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상급 테란 유저로 평가받았다. 2006년 프로게이머 은퇴 뒤에는 해설가로의 변신에 성공하며 해변김’(해설로 변신한 김정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그가 해설을 시작한 지도 만 14년이다.

 

  - 현직 프로게이머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김정민 해설지금 프로게이머는 그때의 우리와 같이 여전한 거 같아요.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문제라면 너무 열심히 게임을 한다는 것이죠. 그러한 것이 건강 문제로 이어질까 걱정스러울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서 때문일까요? 저희는 참 열심히 했습니다.

  지금의 게이머들도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있죠.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은 외국의 프로게이머들보다 더 많은 양의 연습을 자연스럽게 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것이 대한민국 프로게이머들이 우월한 실력을 가지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체감하나

  김정민 해설처음 인터넷 댓글에는 언제나 조롱 섞인 비방이 기본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스포츠 기사에서 e스포츠를 보는 게 일상이고, 심지어 다시보기에서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조회수가 더 높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죠.

  당시 스타크래프트를 즐겨보던 현재의 30~40대는 e스포츠에 대한 거부감이 적습니다. 그리고 현재 10~20대는 그러한 문화 속에 자라나며 자연스럽게 e스포츠에 스며 들었어요. 이제는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프로게이머의 위상도 높아졌죠. 국내에서는 여전히 전통 스포츠가 e스포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e스포츠는 더욱 발전할 겁니다.”

 

  - 게임과 e스포츠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김정민 해설저에게 게임은 그냥 일상생활입니다. 매일같이 게임을 분석하고 외우며 지내고 있고, 은퇴하는 날까지 다를 게 없는 일상의 연속일 것 같아요. 다만 e스포츠 중계에서 느끼는 그 짜릿함, 사람들의 함성에 빠져서 앞으로 힘닿는 날까지 하루라도 더 오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던 10대가 내년이면 40대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10대의 그 마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김태영 코치제게 게임과 e스포츠는 투영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어요. 게임에 자신을 투영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는 거죠. 그런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거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합니다.”

 

  -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은

  김태영 코치상대를 보면서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게 좋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 남과의 경쟁이지만 사실은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옆집 누군가가 프로게이머가 되는 건 중요치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내 길을 바르게 걸어가는 거죠. 실제로 프로를 은퇴한 어린 선수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이었어요. 공부든 게임이든 자신을 바로 인식하고 다잡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남민서·최낙준 기자 press@

사진박상곤 기자 octagon@

사진 제공김정민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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