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절반 전담공무원 없어

쉼터 늘리고 질 높여야

협력 위한 매뉴얼 필요

 

  최근 양천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조사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3번의 신고에도 학대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가정 내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학대 판정을 내려도 아이를 보낼 곳이 충분치 않아 적절한 보호조치 없이 아이를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사례도 생긴다. 이 경우 아이는 재학대 위험에 빠지기 쉽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 재학대 사례는 3431건으로 이 중 3244건이 부모에 의해 발생했다. 비율로 보면 약 95%다. 이는 가정 내 폭력에 노출된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으로는 전문적 인력의 부족, 학대 피해 아동 쉼터 부족 등이 있다.

 

인력·전문성 부족한 학대 조사 현장

  학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전문인력의 부족 문제가 거론된다. 작년 10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공적 개입을 늘리고자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를 도입해 학대 조사 권한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전담공무원으로 넘겼다. 하지만 이를 진행할 수 있는 인력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2020년 기준 전국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290명이다. 3만 건이 넘는 아동학대 사례를 다루기에는 역부족인 숫자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구별로 1~5명 정도의 전담공무원이 있지만,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0곳에는 전담공무원이 없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충남의 한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현재 전담공무원이 2명 있다”며 “2시간 일찍 출근하고 2시간 늦게 퇴근하는 건 일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퇴근 후에도 학대 신고가 언제 올지 몰라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도 인력 부족은 마찬가지다. 2016년 신설된 학대예방경찰관 수는 2020년 기준 628명으로 경찰서마다 2~3명 정도다. 이들은 아동학대 조사 외에도 가정폭력, 노인폭력 대응 등의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어 아동학대 조사에만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직 내에서 해당 보직을 기피하는 경향도 있다. 법무부 인권국 여성아동인권과장에 재임했던 김영주 변호사는 “경찰 내부에서 아동을 담당하는 부서가 승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 해당 보직을 기피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경우,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을 대상으로 2주간의 온라인 교육을 진행한 뒤 임용한다. 강동욱(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올해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대상 교육을 늘리겠다고는 하지만, 이들의 전문성을 당장부터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학대 판정에도 갈 곳 없는 아이들

  2019년 기준 가정 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분리조치 비율은 약 16%에 불과하다. 2만 3270명 중 3669명이 분리됐다.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은 일정 기간 학대피해아동쉼터(쉼터)에서 보호받다가 원가정으로 복귀하거나 다른 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쉼터는 현재 포화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1044명의 아동이 쉼터를 거쳐 갔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전국에 있는 쉼터는 76개로 각 시설에서 5~7명의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며 “쉼터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재학대 피해를 겪은 아동이 2776명임을 고려하면, 500명 안팎의 쉼터 정원은 매우 부족하다.

  학대를 겪은 장애아동을 위한 쉼터를 찾기는 더 어렵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학대 피해를 입은 19세 이하 장애아동·청소년은 163명으로, 전체 재학대 사례의 약 5%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17개의 학대 피해 장애인 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나이 구분 없이 인원을 받고 있어 장애아동을 전담하는 쉼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종사했던 관계자는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아동이 오면 보낼 곳을 찾기 너무 어려웠다”며 “장애아동의 경우 일반 쉼터에 입소하기 어려워 이들을 전담하는 쉼터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쉼터만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과 그 가정에 취하는 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영주 변호사는 “시설을 늘리는 것도 시급하지만, 모든 쉼터에 전문상담치료사를 필수적으로 배치해 원가정 복귀 이후의 생활도 지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3~9개월 사이의 기간 동안 쉼터에 머문다. 쉼터 한곳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기에 이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경찰·지자체·전문기관 협업 필요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1항과 3항에 따르면,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접수한 수사기관과 지자체는 상대기관에게 동행을 요청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청에 응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는 아동에 적절한 보호조치를 제공하는 사례관리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경찰,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협업을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법과 달리 현장에서는 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조사 현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담당 기관들의 협업이 더 원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 3번의 신고에도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유로 담당 기관들의 정보 공유와 공조체제의 부족을 지적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민간기관이기에 공공기관의 정보를 쉽게 나누기 어렵고 경찰 역시 수사의 밀행성 등을 이유로 정보를 쉽게 공유하지 못하기도 한다. 김영주 변호사는 “협업에 대한 기관들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아동학대 조사를 담당하는 학대예방경찰관 역시 협업체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시 경찰서의 한 학대예방경찰관은 “담당 경찰관들이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금은 업무의 매뉴얼화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 접수 후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각자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이 없는 상태다. 이배근 협회장은“서로 다른 기관 간의 책임과 권한이 명시되어야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며 “현장 경험에 기반한 업무수행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승빈 기자 bean@

그래픽|송원경 기자 bill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