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 중 쉬었음인구로 뽑힌 이들은 271.5만 명입니다. 집계를 시작한 후 처음 나온 숫자입니다. 20대는 46만 명, 30대는 28.1만 명입니다. 한 해 전 1월보다 각각 10.5만 명(29.4%), 7.1만 명(33.9%) 늘었습니다.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요. 통계청에서 쉬었음으로 분류하는 이들은 일할 역량이 되는데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나라에서는 이들을 위해 구직촉진 정책을 폅니다. 물론 세금으로요. 정부 말로는 돈 많이 버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종, 쉽게 말해 삼성, SK, 현대, LG에 들어가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숫자가 이러니 사람들은 이를 고용 참사라고 부릅니다.

  저는 고용노동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 듣고 글 써서 밥 먹는 사람입니다. 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처음 본 숫자란 얘깁니다. 처음 본 쉬었음 효과는 얼마나 후배들 어깨를 누를까. 궁금해서 졸업 후 처음으로 고파스에 들어갔습니다.

  자신을 21학번이라고 소개한 이가 묻더군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전자·화학·기계학과에 다니는 이들을 뜻하는 스카이 전화기도 대기업에 들어가기 힘들다는데 맞냐고요. 맞다면 정부 말은 틀린거겠죠.

전화기라면 어려운 편은 아닙니다” “요즘 화는 조금 어렵네요 ㅠㅠ생각보다 심각한 반응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한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당구장 꿀잼이었죠.” 졸업할 때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대학생활 즐기시고 준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고용부 사람들을 만나는 누구도 감히 당구장 꿀잼같은 말을 입에 담지 못했고 나라 망할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어대는데, 정작 구직자들은 당구장 꿀잼이라니까요.

  당구장 꿀잼 맞습니다. 당구를 잘 못치는 저조차 당구장에서 안 웃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코로나가 끝나면 입실렌티, 고연전에서 마음껏 응원전을 하고 놀고 참살이길에서 꽐라가 돼보기도 할 겁니다. 꼭 그러세요. 그리고 이렇게 만든 책임이 있는 정부보다 더 나쁜 당구장 꿀잼을 못 알아본 선배들을 혼내주시고요.

  개강 시즌입니다. 다음 고용동향에선 통계청이 말하는 쉬었음이 아니라 당구장 가서 놀면서 구직도 하는 쉬었음 인구가 늘길 바라봅니다.

<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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