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10미드필더

홀슈타인 킬의 에이스

독일에서 종횡무진 활약 이어가

이재성 선수는
이재성 선수는 "꿈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활약중인 이재성 선수.<br>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활약중인 이재성 선수.

  왕성한 활동량과 넓은 시야, 뛰어난 볼 키핑 능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재성(체육교육과 11학번) 선수는 현재 첫 외국 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 2홀슈타인 킬에서 활약하고 있다. 팀은 이재성 선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창단 이후 첫 1부 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다. 이번 여름을 끝으로 홀슈타인 킬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그의 향후 거취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려대 축구부의 에이스에서 ‘K리그 MVP’, 지금은 독일 2부 리그의 독보적 존재로 거듭난 이재성 선수.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빛나는 모습 뒤에는 과감한 도전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꿈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이재성 선수를 만나봤다.

  왜소했던 소년의 고군분투 성장기

  이재성 선수는 삼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나 형들을 따라 축구를 시작했다. “골목길에서 형들과 뛰어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했어요.” 둘째 형 이재권(체육교육과 06학번, 강원 FC) 선수를 따라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에 들어갔고,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형과 같은 곳으로 진학했다. “형이 닦아놓은 길을 걸을 수 있어서 저는 편했죠.”

  그는 학창시절 단 한 번도 유소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왜소한 체격과 오다리 체형으로 늘 부상의 위험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으로 약점을 극복했다. 날렵하게 경기장을 누비며 월등한 활동량을 뽐냈고, 오다리 안에 공을 가둬 지키는 기술을 습득했다. “저는 스피드가 빠르거나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니에요. 신체조건이 좋지도 않죠. 대신 다른 선수들과 조화롭게 플레이한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늘 팀을 위해 전력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대학 입학 후 비로소 그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2011, 2012 고연전 축구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국가대표로 선출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본교 축구부에서 세 시즌을 뛴 후 전북현대모터스에 영입된 그는 한 시즌 만에 당당하게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 고려대 축구부에서의 기억은

  “축구선수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시간이었어요.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 훈련하고 몸으로 부딪치면서 기술을 제 것으로 습득하려고 노력했었죠. 당시 서동원 감독님께서 워낙 축구에 대한 열정이 크셔서, 저도 덩달아 전술 연구를 하곤 했습니다. 처음 뛰었던 고연전 경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 첫 프로팀으로 전북현대모터스를 선택한 이유는

  “전북 현대가 신인 무덤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많죠. 그곳에 가면 더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두렵기도 했지만,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꿈을 향한 믿음은 성공의 원동력

  K리그 MVP의 독일행은 흔하지 않다.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등에서 훨씬 높은 연봉을 제시해오기 때문이다. 이재성 선수에게도 아시아 구단들로부터의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연봉 삭감을 감수해가면서까지 독일을 택했다. 유럽리그 진출이라는 오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 “살아가다 보면 마냥 꿈을 좇기엔 현실의 벽이 느껴질 때가 많죠. 그럴 때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해요. 독일행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었지만, 아버지의 조언처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이재성 선수의 용기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기회로 이어졌다. 그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를 오가며 팀의 중원과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19-20시즌에는 33경기에 출전해 108도움의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지난 1월에는 거함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 내내 활약한 끝에 승부차기까지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 꾸준한 기량을 보여주는 비법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긴 쉽지만,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차이가 생기니까요. 또 누군가의 가르침을 수용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항상 감독님, 코치님과 선배들의 말씀을 새겨들으려 했어요.”

  팬들이 있기에 멈추지 않아요

  이재성 선수는 팬 사랑이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팬들을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하기도 하고, 자신의 별명인 딸기우유를 선물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포털사이트에 연재 중인 칼럼 이재성의 축구일기도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했다.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축구일기를 연재하는 이유는 하나다. 팬들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팬이 있어야 선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응원의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솟죠.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 경기를 뛰는 건 너무 아쉽지만 텔레비전 중계로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팬들이 머리 길이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건네자 이재성 선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안정환 선수가 부산에 있었을 때만큼 기르고 싶어요. 아직 멀었죠(웃음).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기르겠냐는 생각이 있어서 계속 길러 보려고요.”

  - 앞으로의 목표는

  “최우선 목표는 분데스리가 1부 진출이죠. 박지성 선배와 이영표 선배가 뛰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도 가고 싶어요.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라고 한다면 챔피언스리그 출전이겠네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같은 목표지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은퇴 후에는 축구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조금 이른 이야기려나요? 이제 저도 그라운드에서 뛸 날보다 뛰어온 날들이 더 많으니까요.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갈 때 압박감에서 벗어나 즐겁게 뛰도록 돕는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축구를 하면서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비롯해 정말 많은 것들을 얻고 있어요. 축구를 그만둔 후에는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에게 제가 축구로 얻은 것들을 나눠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유승하 기자 hahaha@

사진제공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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