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법학박사

 

1. 서론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고통받다 사망에 이른 아동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에서든 구조적으로 ‘약자(弱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 과정에 있어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약한 위치에 있는 아동이 그와 같은 고통을 감내하였다는 사실은 유독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그 ‘약자’라는 지위가 아동의 자발적인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거의 원천적으로 변경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실이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아동이 인간으로서 온당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성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은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이에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미래사회의 주역”이라던가 “국가의 인적자원”라는 패러다임에서 도출되는 막연한 ‘보호’의 필요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동인권에 관한 규범적 차원의 면밀한 분석의 시도가 필요하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법규범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의 이해를 통한 접근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아동인권 보호에 대한 헌법적 당위성을 증명한다면, 이를 기준점으로 하여 입법·집행·사법 등 일련의 국가기능의 법적 타당성을 엄밀히 제고하고 그 체계적 운영을 모색함으로써 아동인권에 대한 근본적인 보호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2. 아동인권 보호의 규범적 문제상황과 그 개선책

  본 논문은 우선적으로 아동인권의 규범적 보호 현황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였다. 특히, 아동의 ‘미성숙성’이라는 특성에 기인하여 아동의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내용을 규율하는 개별입법과 이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과정에서 어떠한 특성과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예컨대, 아동의 ‘미성숙성’에 대한 대표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연령’이 활용되면서, 아동의 기본권 제한은 ‘연령’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아동의 기본권 제한 기준으로서의 ‘연령’은 개별 법률마다 조금씩 상이(相異)하게 규정되어 있고, 연령설정의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었다. 또한, 개별 입법에 대한 사법적 통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가 개별입법에서의 연령기준에 대한 심사를 면밀하게 진행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본 논문은 입법자가 정한 연령기준에 따라 아동의 기본권 인정범위가 1차적으로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개별입법은 각 연령기준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기본권의 구체적인 보장 취지와 내용, 그리고 해당 기본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능력 등을 세밀하게 고려하여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연령’이라는 기준 자체가 그 속성상 ‘정책’의 문제로 이해될 여지가 있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을 존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합법성의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그와 같은 역할은 사법부가 섬세한 논증을 통해 담당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3.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가족과 국가의 역할

  아동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오늘날 아동에 대한 보호와 양육, 지원은 크게 ‘가족’ 그리고 ‘국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컨대, 가족 내에서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아동에 대한 경제적·정서적 지원과 양육을 통해, 국가는 아동 관련 각종 법제도 구축 및 집행 등을 통해 아동이 건전한 인격체로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아동보호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과 ‘국가’가 아동인권 보호를 위하여 실질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아동보호와 관련된 가족의 역할과 관련하여서는, 가족 내에서 아동의 양육 및 교육과 관련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부모의 양육권 행사의 특수성과 한계를 살펴보았다. 부모의 양육권 행사는 자녀의 인격발현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권리’의 성격과는 다른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자녀의 인격발현을 기준으로 하여 부모의 양육권의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고 그 한계 내지 제한의 범위가 설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가족이라는 영역이 예전과 같이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으로 파악되어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양육방식 및 내용에 대하여 국가의 개입이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을 통해 자녀의 이익 실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국가의 감독 내지 개입의 정당성이 확보할 여지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오늘날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아동인권 침해의 문제, 대표적으로 아동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예로서 아동학대와 같은 문제는 물론,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의 다양한 양육방식과 관련하여 공론(公論)의 장에서 그 타당성 여부가 논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국가의 관계 간의 세밀한 규범적 조율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국가의 개입은 “아동최선의 이익(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을 기준으로 부모의 양육의 자유 그리고 문화국가 원리 실현의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모가 아동인격발현의 측면에서 자신의 헌법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우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세부적 검토를 통해 비로소 개입하는 관계의 설정이 필요하다.

  국가의 역할과 관련하여서는, 오늘날 아동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저해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아동학대와 아동빈곤의 문제를 중심으로 국가가 현재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문제점과 개선책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의해 보았다.

  아동학대는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 뿐 아니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힘으로써, 성인이 되어서도 그 후유증이 계속되는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경제적 결핍을 경험하는 아동은 건강한 신체적 발달이 저해됨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하여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아동이 성장과정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화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사회의 건강한 운영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대와 빈곤은 서로 그 원인과 결과가 맞물려 있어, 빈곤으로 인한 학대 부모의 발생, 학대피해로 인한 사회부적응이 경제적 결핍의 결과로 이어지는 등 계속적인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 해결을 도모하지 않는 한 그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아동학대와 아동빈곤은 아동인권침해의 근본적인 기저에 놓인 문제로서, 아동의 개별기본권 행사 여부 자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는 아동 스스로 또는 가족이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영역으로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아동학대와 아동빈곤의 문제에 관하여 대표적인 법률이라고 할 수 있는‘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의 빈곤예방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중심으로 우리의 사회적 보호망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그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다.

 

4.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헌법의 역할 강화

  현행헌법과 개별법령에서 아동인권 보호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아동인권이 어느 정도로 보호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구체적인 법제도적 마련이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체계적인 진행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헌법상 아동인권 보호와 관련한 명시적 선언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아동인권 보호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파악되었다.

  헌법상 보호의 기준과 지향점이 없는 이상, 일시적인 사회적 여론의 형성이나 문제제기에 따라 산발적으로 그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을 뿐, 아동인권 보호를 위한 하위법체계가 체계적으로 구축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법규정들 사이의 유기적 관련이 약해지고, 심지어는 법규정 상호 간의 모순이 발생되면서, 아동인권에 대한 포괄적 보호가 아닌 개별적·선별적 보호가 이루어짐으로써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거나 불필요한 비효율적인 중복적 보호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입법적으로 모호한 아동인권 보호의 방식은 집행의 혼란으로 이어져, 결국 행정부의 자의적인 재량에 맡겨지기 마련이다. 또한, 사법적으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에 따른 법해석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 책임소재가 누구에게 있는지 불명확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헌법이 국가공동체가 보장하고 지향하여야 할 이념적·정치적 가치체계로서 기능하고 국가의 최고법으로서 하위법률체계 구축의 기준으로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아동인권 보호와 관련하여 헌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본 논문은 국회를 중심으로 근 10여 년의 기간 동안 아동인권에 대한 헌법적 규율과 관련한 논의의 진행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헌법개정을 통해 아동인권에 관한 헌법적 보호를 명시적으로 선언하여, 아동이 엄연한 인권의 “주체”로서 그 고유의 권리가 보장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국가작용 전반에 관통하여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추후 헌법개정시 반영되어야 할 아동인권에 대한 헌법적 규율방향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KU연구실 너머”

  아동은 홀로 성장할 수 없고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집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의 양육을 담당하는 보호자가 필요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공동체로 '가족'을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족'은 무엇일까요? 아동에게 어떠한 '가족'이 필요한 것일까요? 혈연공동체일 수도 있을 것 같고,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발현을 위해 상호 유대하고 협력·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생활공동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책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2017), 영화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2018)을 통해 오늘날의 '가족' 의 의미 내지 본질적 징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