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 한양대학교 SSK 다문화연구센터 전임연구원·사회학박사
이민정 | 한양대학교 SSK 다문화연구센터 전임연구원·사회학박사

 

1. 행복에 대한 경험적ㆍ사회학적 연구

  인류는 행복에 다가기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그러나 행복이란 개인이나 사회, 시대마다 다르게 정의되면서, 주관적이고 다차원적인 감정인 행복을 과연 경험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사회학은 행복이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지만 사회적 영향, 혹은 사회구조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답한다.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누가 행복한지, 아직 덜 행복한 집단은 누구이며, 이러한 집단을 구별하는 사회적 요인은 무엇인지와 같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조건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 논고는 한국인의 행복에 늘 가족이 최우선으로 중요했지만 최근 가족이 파편화되고 1인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청년 1인가구의 행복요인으로서 교육과 경제활동, 가족관계에 주목하여 이들의 행복을 경험적으로 살펴본다.

 

2. 청년 1인가구의 현황

  최근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1인가구화’이다. 청년층의 대표적 가구형태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4인 가구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이후 1인가구는 급격히 증가하여 2005년부터 청년층의 보편적인 가구형태에 근접하였고, 2019년 청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46.3%에 이른다[그림 1].

  청년 1인가구는 대도시, 특히 서울시에 집중되어 있다. [그림 2]와 같이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 중 1인가구의 비중은 2019년56.6%로 집계되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제 1인가구는 도시 청년들의 보편적인 생활양식이자 문화가 되었다. 그러나 여러 학술연구와 미디어에서 지적하듯이 청년 1인가구의 전반적인 행복지수는 낮은 편으로 보고된다. 이는 최근 청년 1인가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이들의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 볼 수 있다.

  청년 1인가구를 바라보는 관점이 특정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청년 1인가구 유형은 개인주의 가치관이 확산된 결과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거부하는 자발적 1인가구와, 경제적 자원의 부족으로 결혼을 포기한 비자발적 1인가구로 분류된다. 청년 1인가구에 대한 단편적이고 양분화된 시각은 이들을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하거나 지원이 필요한 이들로만 규정한다. 청년 1인가구의 다양성을 살피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들은 점차 소외되는 동시에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다.

 

3. 청년 1인가구 증가의 구조적 배경

  사회학의 이론은 1인가구의 증가를 단순한 정량적 지표가 아니라 사회변화의 배경과 동인을 찾고 이를 논리적으로 구성함에 목표를 둔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청년 1인가구가 증가하는 현상 역시 다음의 이론으로 진단할 수 있다.

 

▶ 개체화

  현대사회는 개인을 규제하는 규범이나 사회제도의 영향력이 약화되어 삶의 많은 영역에서 개인의 선택권이 증가하였고, 울리히 벡(U.Beck)은 이러한 현상을 개체화로 개념화한다. 현대인은 폭넓은 자율성과 주체성을 확보하였지만 과잉공급된 선택지는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이제 가족마저 선택의 영역이 되었다. 그 결과 현대인은 기존의 가족제도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선호하는 가족형태를 구성하며 새로운 친밀성을 구현하며 살아간다.

▶ 유동화

  지그문트 바우만(Z.Bauman)은 액체 개념에 기초하여 현대사회를 예측 불가능하고 유동적인 사회로 규정한다. 현대인의 삶의 영역들은 근대의 경직된 질서들이 사라지고 액체와 같이 유연해졌다는 것이다. 노동영역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가정에서는 공사구분이 완화되며 남녀 모두 생존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었다. 이에 현대인은 가족과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 유목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마저 변동이 용이한 유동화의 특성이 나타난다.

▶ 과잉도시화

  오늘날 많은 청년들은 인구와 자본, 문화가 집중되는 도시로 이동한다. 현재 도시가 청년들의 수요를 감당할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청년들은 대도시에서 희망을 찾는다. 도시는 익명성을 보장하며 관습이나 위계적인 인간관계로 묶이지 않는다.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할 공간이 많다는 사실은 사회적 교류의 확산 기회를 제공해 에릭 클라이넨버그(E.Klinenberg)는 도시가 1인가구를 촉진한다고 설명한다.

▶ 생애과정의 탈표준화

  근대사회의 생애과정은 연령규범에 따라 교육, 취업, 결혼, 출산 등의 이행경로가 표준화되어 있었다. 현대사회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불안정해지면서 교육기간이 연장되고 청년기의 주요 과업으로 인식된 혼인이나 출산연령도 지연되고 있다. 또한 수명의 증가로 길어진 인생에서 생애사건들은 연령과 관계없이 전개되면서 가구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칼 마이어(K.U.Mayer)는 현대인의 생애과정에서 탈표준화의 특성을 포착하였다.

 

4. 서울시 청년 1인가구의 행복요인에 대한 경험적 연구결과

  이상의 논의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청년 1인가구에도 적용된다. 본고는 이들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으로 교육수준과 직업, 가족관계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2017년 서울서베이>자료를 활용해 청년 1인가구 1,262명을 대상으로 통계분석을 진행한 결과, 학력과 경제활동은 이들의 행복을 설명하지 못하였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관계로서 부모의 지원이 행복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1인가구 다른 세대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오늘날 청년 1인가구의 행복이 세대간 의존 속에서 불완전하게 놓여있음을 함의한다.

 

▶ 행복에 대한 교육수준의 효과

  많은 청년 1인가구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도시에 머무르지만 정작 교육수준은 이들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는 학력이 취업이나 소득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학력보다 직무에 대한 지식과 역량이 요구되면서 학력의 중요성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청년들이 지역의 부족한 교육자원을 보완하고자 가족과도 떨어져 교육 기회가 보다 많은 서울로 이동한다. 학력이란 개인의 성취 혹은 인적자본을 함의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보상이 낮은 현실은 청년들의 무력감을 배가할 수 있다. 분석결과 청년 1인가구가 고등학교를 기점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할수록 행복도가 감소한 것은 이러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행복에 대한 경제활동의 효과

  청년실업은 우리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로서, 청년 1인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로 설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경제활동은 청년 1인가구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직업별로 살펴보았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고도 성장기가 지나고 급변하는 사회구조에서 일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 청년들은 IMF 경제위기 이후의 사회에서 성장하며 일자리가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화한 세대이다. 성인이 된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란 높은 급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거나 직장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 심각한 취업난에도 이들은 퇴사를 감행한다. 최근 신입사원의 조기퇴사 증가율은 이러한 현실을 방증한다.

  또한 최근 청년층의 부동산과 주식투자 열풍이 의미하듯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상호 보완해야 한다는 경제관념을 일찍이 형성한 이들은, 일을 통해서만 부를 획득하거나 자기계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에만 몰두하기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향하며, 부조리하거나 강도 높은 근로환경은 부양가족도 없는 1인가구에게 굳이 버텨야만 할 사안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노동환경은 다인가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1인가구를 위한 복지는 미흡하다. 근로복지 체제에서 주변화되는 현실은 1인가구가 늘 소수자이자 약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일자리에서 얻는 행복도가 감소할 수 있다.

▶ 행복에 대한 가족관계의 효과

  청년 1인가구가 맺는 대표적인 가족관계는 부모자녀 관계로서, 본 연구의 흥미로운 결과는 부모의 지원이 청년 1인가구의 행복을 설명하는 주요 변수라는 사실이다. 학업이나 경제활동과 같이 개인의 성취만으로 청년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청년 1인가구는 부모의 도움을 안전망으로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최근 청년층의 다양한 가족형태는 기존 가족제도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족에 대한 높은 의존을 보인다. 이 과정에서 청년 1인가구는 나약하거나 무책임한 주체로 규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복지제도가 가족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 결핍 상황에서 청년 1인가구가 의지할 수 있는 핵심 자원은 가족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쟁체제에서 혼자서라도 서울에 살아야 하지만 가족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년층과, 한국부모의 자식에 대한 높은 성취기대가 무한한 지원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가족의 도구적 생존전략이 확인된다.

 

5. 청년 1인가구의 행복을 위한 과제

  1인가구로 살아가는 서울시 청년들의 삶은 치열하고 열악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형태가 파편화되는 동시에 가족 간 의지가 강화되는 모순적인 현실에서 1인가구의 증가는 가족의 재구조화를 의미한다. 이는 가족을 도구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현대 한국사회의 가족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청년들은 가정을 꾸리기보다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고, 개인의 성취보다 부모의 지원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세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교환경제와 함께 합리적 인간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사회구조에 대한 명확한 인식 속에 청년세대가 선택한 생존전략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행복을 위해 부모도움이 요구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청년 1인가구가 자립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 일자리 지원이나 생활비 보조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며 1인가구를 고려한 사회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 1인가구의 욕구를 다각도로 살피며 사회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준비하는 것이 사회학의 지적, 공공적 과제가 될 것이다.

전국의 청년 1인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이를 보인다. 이들의 증가는 대도시에 집중돼, 특히 서울은 전체 청년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행복지수는 낮게 나타난다.
전국의 청년 1인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이를 보인다. 이들의 증가는 대도시에 집중돼, 특히 서울은 전체 청년의 절반 이상이 1인 가구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행복지수는 낮게 나타난다.

 

- 본고는 이민정, <한국 1인가구의 행복요인에 관한 연구: 서울시 거주자의 세대별 비교를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에서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였습니다.

 

 

KU연구실 너머

 

  청년 1인가구의 행복에 부모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사회적으로 무력감 혹은 박탈감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학위논문에 내용을 담기까지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대의 현실을 포착해 원인을 분석하고 이면을 파악한다면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고 이것이 사회학의 역할이라 생각해 연구에 천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학은 다양한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청년 1인가구의 행복에 대한 저의 관점을 넘어 후속 논의들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공유해 주신 연구자들과 이 모든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이끌어주신 지도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고문 관련 참고도서로 현대사회 개인화 현상과 가족에 대한 책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벡·벡 게른샤임, 1999)과 혼자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2013)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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