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대 서울총학생회장단 3차 재선거가 무산됐다. 예비후보 등록 마감일인 10일 오후 8시까지 아무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중선관위)10일 오후 9시 회의를 개의해 관련 안건을 폐기했다. 서울총학생회장단(서울총학)11월에 예정된 4차 재선거까지 약 8개월간 중앙비상대책위원회(중비대위장=김규진, 중비대위) 체제를 이어간다.

4수 끝에도 총학 불발

  앞선 세 번의 선거는 투표율 미달과 후보의 선거 세칙 위반으로 무산됐다. 선거시행세칙 제83조에 따르면 정회원 3분의 1(33.3%)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를 진행한다. 201912월 제52대 서울총학 선거에 출마한 선거운동본부(선본) ‘RE:플라이바로’, 2020112차 재선거에 출마한 선본 모멘트는 투표율 33.3%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03월 재선거의 경우 33.81%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나, 단독 출마한 선본 시선이 경고 3회 누적으로 후보 자격이 박탈돼 당선자 없이 선거가 마무리됐다.

  입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시행조차 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서울캠퍼스는 2년에 달하는 시간을 총학 없이 보낼 예정이다. 1975년 긴급조치 7호와 1980년 비상계엄령 등으로 총학이 외부 압력을 받아 폐지됐던 사례를 제외하면 1년 넘게 총학생회장직이 공석인 경우는 처음이다.

단과대·독립학부 9곳 재선거

  현재 본교 단과대·독립학부 학생회 17곳 중 11곳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중비대위에서 단과대·독립학부와 동등한 의결권을 갖는 동아리연합회와 애기능동아리연합회 역시 회장 선거 출마자가 없어 비대위를 꾸렸다. , 중비대위 위원 19명 중 11명이 하위 자치단체의 비대위장을 겸하고 있다. 비대위가 모여 더 큰 비대위를 구성하고있는 셈이다.

  학생회가 없는 8개의 단과대 및 독립학부는 이달 재선거를 실시하며, 올해 새로 출범한 심리학부 역시 첫 학생회를 선출한다. 다만 경영대, 공과대 선거가 또다시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되는 등, 재선거를 진행하는 단과대와 독립학부가 온전히 대표자를 선출할 지는 미지수다.

정당성과 조직력 부족한 비대위

  비대위 체제는 정당성이 부족하고 조직력이 약해 학생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기 어렵다고 학생 대표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진경 문과대 비대위장은 학생회 사업을 추진할 때 학생회장이 아닌 내가 이런 사업까지 해도 되는 건지 고민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작년 의과대 학생회장으로서 중비대위장직을 맡았던 김민수(의과대 의학17) 씨 역시 총학생회는 선본 시절부터 함께했던 사람들이 모여 집행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비대위는 서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없어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하다사업 구성과 행사 진행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사이버 고연전 당시 본교에 총학이 없어 연세대 총학의 힘을 많이 빌렸다고 덧붙였다.

업무 과중과 인수인계 문제도

  총학이 선출되지 않으면 단과대 및 독립학부의 대표자 중 한 명이 중비대위장직을 맡게 된다. 이 경우 중비대위장은 이미 수행하고 있는 회장으로서의 업무가 있지만, 직책을 겸임하게 돼 업무량이 가중된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비대위장을 맡았던 정유리 간호대 학생회장은 가중된 업무 부담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 중선관위장은 중비대위장은 총학을 이끌기 위해 출마한 사람이 아닌데도, 총학생회장에 준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결국 중비대위장도 한 단과대의 회장이라 비대위 업무에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길어지는 총학의 빈자리에 업무 인수인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규진 서울총학 중비대위장은 비대위는 상대적으로 인수인계가 원활하지 않다부족한 부분이 쌓여 총학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질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학교와의 소통에도 어려움

 총학 산하 특별기구의 사업 진행에도 차질이 생긴다. 박현진 장애인인권위원회 비대위장은 총학생회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따라 캠퍼스 배리어프리 사업이 지체될 것을 우려했다. 그는 “2019년에는 총학과 함께 자유정의진리강의에 자막을 만들었고 리프트 밴 도입에도 학생자치예산을 끌어올 수 있었지만, 현재는 별다른 사업 없이 기본적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학과의 소통업무를 담당하는 박용준 학생지원부 과장은 총학이 있을 때는 소통 창구가 한 곳인데, 비대위 체제의 경우 각 단과대나 자치기구와 따로 소통해야하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재·이성현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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