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심동철</strong> 정경대 교수·행정학과<br>
심동철 정경대 교수·행정학과

  코로나19로 학교의 풍경은 바뀌었어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으며 학교는 개강을 맞이했다. 이제 코로나19로 바뀐 일상에는 익숙해지고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학생들로부터 받는 메일이 그것이다.

  원하는 수업이 신청되지 않아 속이 많이 상했을 법도 한데, 학생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에게 존경하는 교수님이라는 불편한 말까지 써가며 문의 메일을 보낸다. 학생들의 구구절절한 이메일들을 보고 있자면, ‘사실 미안해야 하는 것은 저들이 아니라 난데라며 찹찹한 마음이 든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 수 있을까? 대학본부에서는 최근 수강신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강 희망인원을 먼저 파악해 교수자에게 알리고, 이에 따라 수강인원 수를 조절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희망인원에 맞춰 학생을 온전히 늘리지 못하는 나 같은 교수자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이 여전히 수강신청 정정 마지막 순간까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정책이 과연 피부에 와닿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필자가 미국에서 강의를 처음 시작했던 학교에서는 학과가 지정한 대형 강의를 제외하고는 한 과목당 수강생 수를 30명을 넘길 수 없다는 정책이 있었다. 이 정책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던 나는, 대여섯 명의 학생이 찾아와서 이 수업을 꼭 듣고 싶으니 허락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초짜 교수로서 들뜬 마음으로 기꺼이 이들을 받아주고 말았다. 개강 첫 주 이후, 학과장은 나를 찾아와 심각한 얼굴로 왜 수업에 학생을 더 받았는가를 물었다. 나는 내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학과장은 수업에서 학생 수가 늘어나게 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를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다. 더욱이 강의 당 학생 수가 늘어나면 정부 지원이 줄게 되고, 수업이 더 필요하면 학교에서 수업을 더 개설하니, 그 부분은 교수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국 대학이 우리보다 낫고, 우리나라 교육부도 교육의 질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푸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 대학이 직면해야 할 도전과 어려움은 세계 어느 대학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수강신청도 힘든 상황에서 수업의 질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소형 강의라고 해서 반드시 수업의 질이 높아진다거나 대형 강의라고 해서 수업이 질이 낮은 것도 아닐 것이다. 더욱이, 한국 대학의 상황과 정보기술 등의 발전으로 수업의 기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대형 강의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더 타당할 수도 있다.

  다만, 어느 것이 학교의 방침이든 간에, 학교는 단과대학별, 그리고 학과 단위별 수요현황을 파악하고, 수업 당 수강인원에 대한 기본적 원칙을 분명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 강의가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수업의 운용을 교수자의 희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가 수강인원을 걱정하지 않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공통된 원칙과 실질적 지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며칠 전, 고대에 학생들에게 적합한 수강과목을 제안해주는 AI시스템이 생겼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참으로 멋진 신세계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보다 먼저 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되지 않고, 교육의 기본 단위인 수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합의와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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