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황이 심각해져 학교에 다녀도 계산해보면 소득은 생산적이지 못하다.”, “배우면 무얼 하나? 들인 학비도 찾아 먹을 수 없다.” 심각한 취업문제에 한탄하는 어떤 학우가 쓴 글이냐고요? 사실 1935년에 게재된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입니다. 당시와 현재의 취업문제는 서로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바로 많은 학생이 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취업에 활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약 40%가 전공을 바꾸기 원한다고 밝힌 것을 보면, 우리나라 특유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지 않는 한 학생들의 전공과 관련된 고민은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올해 3, 고려대학교에서 전과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학내 커뮤니티들은 물론, 학외 대입 관련 커뮤니티들에서 관심이 제법 뜨겁습니다. 경쟁률이 낮은 학과에 지원해보겠다는 대입 준비생이 있지만, 진학을 원하는 학과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관심이 쏠린 까닭은 고려대가 전과제도가 없는 몇 없는 대학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고려대는 전과제도 대신 이중전공을 의무화하는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편입생은 이전 대학에서 이수 학점이 인정되는 반면 자교 입학생은 전과를 위해서 재입학을 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전과제도의 신설이 어떤 학우들에겐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일 것입니다.

 다만 걱정도 있습니다. 일부 학생이 전과를 목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과에 입학한다면 진정으로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이 전과에 실패한다면 더욱 불행한 일이겠죠. 전과제도가 생긴 이상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대학처럼 비인기학과의 정원 중 일부를 입학 후 학적 변경이 불가능한 전공예약제로 뽑거나, 이중전공의 허들을 낮춰 학생들에게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학이 더이상 학문의 전당으로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전과제도도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라는 순기능으로만 이용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기회를 뺏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 피해자가 학생이든 아니면 학과이든 말이죠.

최낙은(문과대 한국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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