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고려대학교가 전과제도를 도입하였다. 사실 전과제도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안내문에 의하면 전과제도는 학생에게 다양한 전공 선택 기회를 부여하고 본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생이 자퇴가 아닌 방법으로 전공을 변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비록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입학 전 1년 동안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갭이어 제도의 부재, 1학년 때 유사한 계열의 전공을 듣고 2학년에 본 전공을 결정할 수 있는 학부제의 폐지, 대학 진학 시 전공보다는 학교먼저 고려하는 현재 입시 풍조 등을 고려하면 전공을 바꿀 기회는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금이라도 이를 보장하기 위한 학교의 전과제도 도입 결정에 대해 환영하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개선이 필요한 제도들이 눈에 밟힌다.

  전과제도만으로 학습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학습 선택권의 기초가 돼야했을 수업 선택권과 관련해, 이번 학기의 수강신청은 어땠는지 되돌아보자. 개설된 강의 부족은 이제 연례행사 수준이며 청강 자체가 제한된 강의, 도중에 교수자가 바뀐 강의도 있었다. 또한, 화요일에 개강하였음에도 그 주 토요일에 전체 정정을 마감하는 바람에 월요일 연속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은 미처 수업을 들을 기회도 없이 수강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고 수강신청이 진행된 결과 벌써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

  위와 같은 환경에서 학생은 자신의 필요에 맞는 수업을 수강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수강신청 전에 교수자가 오리엔테이션 영상을 미리 탑재하여 학생이 수업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전에 강의와 관련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면 추후 학생의 강의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 둘째, 드롭 제도(수강신청 포기제도)를 도입하여 수강신청 이후에도 학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다만 수강 결정에 대한 학생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현재의 재수강 제도와 같이 횟수 제한을 두면 남용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겠다.

  제대로 된 수업 선택권 보장 없이 전공 선택 기회만 늘리는 것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전공 때문에 자퇴를 결정하듯이 수업 때문에 휴학을 결정하는 학생도 많은 상황이다. 전과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수업 선택권 보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성철(사범대 교육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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