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렸다. 이따금 시간이 날 때면 캠퍼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곤 한다. 법학관 후문부터 정경대 후문까지 이어진 길을 걸어 내려오는 것도, 민주광장에 앉아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건 SK미래관 건물에서 수업을 듣거나 과제를 하는 시간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넓고 쾌적한 로비가 펼쳐진다. 곳곳에 배치된 책상은 물론이고 계단이나 쇼파에서도 사람들은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공부에 몰두했다. 거리를 두고 떨어져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린 이들 사이에는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클릭 한 번이면 SK미래관 1층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강의실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교수님의 열정적인 목소리도 학생들의 질문도 들리진 않았지만, 노트북을 응시하는 눈빛만은 반짝였다.

  비대면 강의이지만 수업 들을 곳이 마땅치 않아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옮긴 학생들의 모습은 웃픈풍경이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동기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둘 다 모니터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은 씁쓸하지만,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서로 다른 수업을 수강하더라도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듣고 있으면 독강이어도 외롭지 않다는 점. 내가 캐럴대신 굳이 로비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이유다.

  앞으로 매일 와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한 직원분이 다가와서 외쳤다. “다섯시 반이에요. 문 닫습니다.” , 운영시간만 조금 연장해주면 좋을텐데.

강민서 취재부장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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