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던 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나흘 만에 슬그머니 철회됐다. 지난 10월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이 동일한 명칭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두 번째 입법시도이다. 법률안의 제안취지를 보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 등에게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사회 발전과 사회정의 실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발의안은 민주화 유공자 등에 대하여 교육, 의료, 취업, 대부, 양로, 양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주화 운동의 정신 계승·발전을 위한 각종 기념사업을 하고 관련 시설물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 예우를 받는 민주유공자의 유족이나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자녀는 물론 부모와 성년인 직계비속이 없는 조부모까지로 삼고 있다. 법안 취지에 일정 부분 동의할 수 있겠으나 그 수혜의 대상과 내용이 과하게 넓은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 법체계에는 2015년에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에 따라 민주화 관련자에 대해 국가가 명예회복과 보상을 책임지고 있고, 이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을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한 시기를 추가해 보상과 예우를 추가하고자 한 것이다.

  1970~80년대에 이르는 민주화 운동의 시기동안 많은 양심적 지식인과 정치인, 대학생과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민주화의 성과는 이들의 분투와 시대적 요구로 호응한 국민적 동참 속에 이뤄낸 결과였다. 그러한 역사적 유산이기에,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 성과와 열정은 국민적이자 역사적 자부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시기를 기리는 예우법이 왜 두 번에 걸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을까? 180여 석을 갖춘 거대여당마저 무시할 수 없는 국민의 서늘한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47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가 아니었다면, 이 법안도 180석의 힘으로 제정됐을 수도 있는 일이다. 아무리 셀프의 시대라지만, 역사적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예우는 예우를 해주고 싶을 때 시작하면 될 일이지, 입법능력이 있다고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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