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는 사계절 내내 따뜻한 햇볕과 향긋한 풀냄새로 가득했던 초등학교 시절 기억으로 내게 남겨져 있다. 그곳에서 끔찍한 범죄가 일어날 뻔했다.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6명이나 살해한 범인이 붙잡히지 않았다면, 그는 플로리다로 내려가서 추가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3년 동안 전학을 한 번 갔다. 처음 다녔던 초등학교의 담임선생님은 나를 굉장히 귀찮아했다. 친구랑 교실에서 가루 캔디를 먹다가 흘렸는데 같이 있던 미국인 친구는 자리로 들어가라고 하고 내게만 혼자서 청소를 시켰다. 그때는 그 이유를 인종차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독 나에게만 차가운 선생님의 시선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전학을 가게 되었다새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의 사랑과 반친구들의 도움 속에서 생활을 잘했다. 어느 날 교실에서 앤젤라라는 예쁜 여자애가 말을 걸어서 같이 몇 마디를 나눴는데,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가서 앤젤라랑 놀지 말라고 했다. 왜 놀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이상하게 생기고 말투도 어눌해서라고 답했다남미 출신이던 앤젤라에게 못되게 굴던 친구들은 한국인이었던 내게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주던 아이들이었다.

  작년 5,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미국 전역에 BLM, Black lives matter 인권운동이 퍼졌다. 음지에 있던 차별이 수면 위로 띄워지고, 조지 플로이드의 묘에 촛불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다양한 인종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미국이, 그런 평등한 세상이 멀지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BLM 시위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적 범죄들이 잇따랐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아시안 혐오 범죄의 가해자는 흑인 남성이었다. 그는 아시아계 65세 미국인 여성에게 여기는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면서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했고, 그 장면을 보던 근처 호텔 경비원은 호텔 문을 굳세게 닫아버렸다.

  약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차별의 물림에는 평화가 자리할 수 없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사람들은 출신 국적만으로 잠재적 코로나 보균자 취급을 받고 있다. 불과 몇 주 전에 서울시가 강제로 외국인노동자에게만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한 일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놓인 위치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맞물리는 차별 속 누구라도 어딘가에선 약자가 된다. 차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 온다면, 그땐 약자여도 괜찮을 것 같다.

 

김민영 기자 dra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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