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고려대학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취임한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정진택 총장. 그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 본교를 이끌고 있다. 본지는 개교 116주년을 맞아 정진택 총장에게 지난 2년 임기의 소회와 앞으로의 학교 운영 방향에 대해 물었다.

-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는 소감을 밝혀주십시오

  “임기 첫해였던 2019년은 학내 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보냈습니다. 취임 첫날 공식 일정을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1000원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시작했고, 당시 총학생회장실을 찾아서 학생 대표와 생각을 나눴습니다. 매달 한 번씩 학생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하고, 동아리연합회 회장, 농악대 단원, 응원단을 비롯해서 학생들과 자주 만나려고 애를 썼습니다. 교통정리, 경비, 미화 업무를 책임지는 선생님들과도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학교를 발전시키고 이끄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분들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대내외 일정으로 바쁘게 일하면서도, 학교 구성원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순간은 항상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제 임기 2년이 지났는데, 그중 1년은 코로나19와 함께 보냈습니다. 학생, 교수, 직원 여러분에게 직접 다가가고 귀 기울이는 활동이 중단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 더 책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남은 2년을 3년처럼 일하겠습니다.”

- 지금까지의 임기 중 성과를 자부하는 영역은 무엇입니까

  “2020 QS 세계대학 평가 69위를 달성했고, 본교 목표인 2030년 세계대학 50위권에 근접 중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종합사립대 중에서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아시아 사립대학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016년 처음 100위권에 진입한 이후 5년 만에 60위권에 들어 세계 명문대학들과의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본교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함께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뜻깊습니다.

  또,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를 포함해 첨단분야 학과 7개를 신설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우리 고려대는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만큼 유연성은 다소 떨어집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총량제로 정원을 늘리기도, 학과를 새로 만들기도 지극히 어렵습니다.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 각 3개의 첨단분야 학과와 반도체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학과를 신설하며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에 큰 진전을 이뤘습니다. 사회의 변화에 걸맞은 학문을 교육하도록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부속기관인 사회봉사단을 사회공헌원으로 격상하여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에 더하여 관련분야 비교과과정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겼습니다. 또한, 총장 직속으로 ESG 위원회(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를 신설해 고려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사회공헌, 사회기여 등 ESG 전반에 관한 주요사항의 자문을 구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대학의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한 요구에도 고려대는 적극 부응하고 있습니다”

- 임기 중 어려움을 마주한 지점이 있다면

  “학내 행정의 체계화와 전문화를 임기 첫 해 주력 사업으로 삼았는데,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사정으로 지연된 것이 아쉽습니 다. 올해 4월 개편이 이뤄졌는데, 학과행정실 위주였던 학사 행정 체제를 단과대 운영 중심으로 전환했습니다.

  또 하나는 비등록금 수입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등록금 수입을 구성하는 국제 하·동계대학, 한국어센터, 교내 입점기업, 최고위과정 등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발전기금을 많이 유치해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우수 교원 초빙, 우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의 비용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제가 채워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 올해 처음으로 전과 제도가 시행됩니다

  “교육의 중심에는 학습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과 제도는 대학교육의 수요자 인 우리 학생들의 바람에 부합하기 위해 추진했습니다.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전공 공부를 시작해보면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도, 다른 학문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전과 제도를 시행합니다.

  전과 제도는 우선은 작은 규모로 시작합니다.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운용할 계획입니다."

- 고려대 ‘스마트 캠퍼스화’의 진척 상황이 궁금합니다

  “진척률로 따지면 40% 정도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리는 참여형 스마트 캠퍼스는 ICT/IoT 기술을 접목한 데이터 기반의 캠퍼스입니다. 시범적으로 SK미래관에 사물인터넷(IoT) 설비를 마련해 모바일로 자유롭게 공간을 예약하고 출입 권한도 부여받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2020년 11월에 출범한 ‘스마트캠퍼스추진단’이 7개 과제를 진행 중인데, 특히 블록체인에 기반 한 모바일 학생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는 국내 대학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 을 활용한 모바일 학생증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여 학내 인프라 이용, 출석 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 선보인 AI 맞춤형 교양과목 추천시스템 ‘AI선배’와 교과-비교과 통합관리시스템 ‘KUchive’도 스마트캠퍼스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20년간의 수강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AI선배’를 통해 각종 과목 선택과 학습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과-비교과 통합관리시스템인 ‘KUchive’를 통해 학생들의 핵심역량 성장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스마트 캠퍼스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데이터 환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학교 구성원이 도서관, 강의실 등의 시설 이용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학교는 축적된 데이터를 각종 사업과 정책에 활용해 그 혜택을 구성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스마트 캠퍼스에서 우리 구성원 모두는 사용자이자 개발자가 됩니다.”

- 대학재정이 마주한 현실과 이를 타개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물가 인상, 최저임금 인상, 입학금 폐지, 장기간에 걸친 등록금 동결 등으로 대학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 추가로 발생했고, 비등록금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원격수업시스템 구축 및 관리비용, 캠퍼스 방역 비용, 유학생 특별관리비용 등 비경상적 지출이 급증해 대학 재정이 어려운 국면에 처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취할 수 있는 노력은 제한적입니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교육 및 연구 분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재원확보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사 업화와 창업 연계가 대표적입니다. 고려대는 4800여 개의 유효 특허를 보유 중이고, 특허 기반 기술사업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누적기술료 수익 300억 원을 달성했고, 교원창업규정을 전면 개편해 교원 창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의료원에 기술지주회사를 두고 있 고, 연구중심병원인 의료원의 성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하여 바이오 메디컬,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가치를 창출할 것입니다.

  또한, 지속되는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기부자들의 소중한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학교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사회공헌 명분을 제공하는 등 기부금 모금의 방법을 고도화하고자 합니다. 대학들이 마주한 재정난 타개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사립대학에 대한 전향적인 국고 지원 또한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 이공계 분야의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 현황은

  “조금은 아픈 질문입니다. 자연과학은 실험과 연구를 위한 공간이 많이 필요한 학문인데, 학교에 부지나 재원 등 여건이 여의치 않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교수님들의 연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전문학술지 논문게재 장려지원을 개편해 연구 실적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도 평가해 합리적인 보상을 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신임 교원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도록 정착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했습니다. 또, '인성(仁星)스타연 구자상’을 신설해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세계적 수준의 교원들을 지원하고, 연구 부총장 산하의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기획 전담 부서가 전문적인 코디네이터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HCR(세계 상위 1% 연구자) 명단에 2018년, 2019년 7인, 2020년 5인의 교수들이 선정됐습니다. 국내 사립대학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입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원천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선진국 수준의 연구결과물 관리 체계 구축,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개방형 산학협력 생태계 조성해가고 도모하고 있습니다.”

- 대학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책적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있다면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필요합니다. 각 대학이 학교의 특성을 살려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대학의 성과는 개별 학교만의 성취가 아니라 국가적 성공인 만큼, 교육 당국도 대학과 한 팀이라는 연대의식을 가졌으면 합니다.

  대학 내부적으로도 감사실 운영을 비롯한 자정 기능을 갖추고 있고, 학교 운영에는 법인의 감시와 통제가 작용합니다. 교육부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고, 불필요한 간섭은 줄여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례로 교육부는 과목운용에서 20% 까지만 온라인으로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맞지 않는 규제여서 폐지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기존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책임과 자율을 바탕으로 한 유연함을 가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와 대학이 서로를 상생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 앞으로의 2년 임기를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지나간 2년보다 앞으로 2년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편하고 쉽기만 하다면 안일해지고, 도리어 발전하지 못할 겁니다. 더 노력하고 더 고민하다 보면 적절한 돌파구를 찾아내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제 임기의 3년 차, 4년 차가 아니라 고려대의 116년, 117년이라는 역사의식을 갖고 임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임기 3년 차에 정부 부처, 지자체, 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외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안암동에 창업밸리를 조성하고, 서울 홍릉 강소연구개발 특구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대학의 전통적인 역할이었던 교육과 연구 중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자체 및 타기관들과의 협업·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결과의 사업화라는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

- 고려대 구성원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우리 고려대가 걸어온 길에는 좋은 일도 있었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 모두가 합심해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대다움’, 고대만의 문화를 경쟁력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한다면, 고려대는 시대를 선도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도 약할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116년 고려대 역사 의식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외부와도 협업하고 협력하며 대학의 역할을 확장하겠다"

 

글|천양우 편집국장 thousand@

사진|김민영 기자 drat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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