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별점: ★★★★★

한 줄 평: 이야기는 인생을 동화로 바꾸는 마법


  한국에서 팀 버튼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잘 알려진 감독이다. 그의 2004년 개봉작인 <빅 피쉬>는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속하지만, 팀 버튼 감독의 팬이라면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상당수가 원작을 가지고 있듯 <빅 피쉬> 역시 대니얼 윌리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 유명 평론가인 이동진에게 별점 5개를 받는 등 평론가와 마니아층의 관객들에게 높은 평을 받았다.

  <빅 피쉬>는 판타지 영화의 대가라고 불리는 팀 버튼의 성향이 한껏 가미된 작품이다. 팀 버튼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외당해왔던 캐릭터들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재조명해왔다. 이 작품 역시 주인공 에드워드가 여행을 떠나며 유리구슬 눈을 가진 마녀, 동굴에 사는 거인, 샴쌍둥이 서커스 자매, 늑대인간 등 신비하고 동화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모험 얘기이다.

  영화는 아들 윌과 아버지 에드워드 간의 갈등에서 시작한다. 윌은 보이스카우트 캠프파이어에서도, 윌의 결혼식에서도 계속되는 아버지의 허풍 가득한 이야기들을 싫어한다. 에드워드의 모험담은 흥미롭고 재밌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몇십 년간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들어온 윌은 모험담이 지겹기만 하다. 그렇게 아버지와 담을 쌓고 지내던 어느 날 에드워드의 병세가 심각해지자 윌은 늙은 아버지를 찾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에드워드가 못마땅한 윌은 에드워드와 또 다투게 되고 에드워드가 예전에 해줬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는 에드워드의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 신비한 모험담을 담는 아름다운 색채와 동화 같은 전개가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다. 그런 면에서 두 갈래 갈림길이 펼쳐졌을 때 위험하다고 소문난 길을 택하는 에드워드는 이 영화에 딱 적격인 주인공이다. 편견 없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에드워드는 세상을 피해 숨어있던 존재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동굴에 살던 거인에게 당신이 큰 게 아니라 마을이 작단 생각 안 해요?”라며 큰 도시로 함께 여행 가기를 권유하고, 서커스에서 만난 늑대인간에 대해서는 보통 악마라 불리는 것들의 대개가 실은 외롭고 약한 존재다.”라고 말한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은 에드워드가 윌의 어머니인 샌드라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처럼, 샌드라의 집 2층 창문에서 문을 열면 빽빽하게 노란색 수선화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한가운데 에드워드가 서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이 장면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 1만 송이의 수선화를 모조리 심은 것으로 유명하다. 화면을 가득 채운 노란색 수선화를 보고 있자면 동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디즈니 영화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판타지가 대세를 타고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이다. 키덜트에게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다. 어른을 위한 판타지를 찾고 있다면 두말할 것 없이 <빅 피쉬>를 추천한다. 코로나 시대에 지친 당신에게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동화 속의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박희수(문스대 문예창작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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