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얘기가 나오면, 유지되기로 했다며 기뻐하던 고등학교 선생님과 주변 학원 선생님들이 떠오른다. 폐지가 안 될 것 같았다고, 다른 자사고도 소송이 걸렸으니 차츰 논의 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그때는 졸업 막바지였고 더는 내 사정이 아니었지만, 과외를 하면서 이 문제를 다시 마주했다.

  자사고와 일반고 중 어떤 고등학교가 대학진학에 유리할까? 자사고에는 면학 분위기가 보장되고, 커리큘럼과 비교과 활동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주저하는 건 입학 전부터 학원을 병행해야만 하는 빠른 진도와 비싼 학비 때문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막대한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만 지원 대상이다.

  자사고를 반려 또는 결정하는 과정을 볼 때 교육 평준화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자사고뿐만 아니라 일반고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입시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을 철폐하고자 하는 자사고 폐지 안건이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까지 없앨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대학 진학을 위한 길이었다면 자사고 폐지가 교육 정상화의 답이 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자사고의 존재가 상위 대학 입학을 전제하지 않는다. 자사고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입시 미래는 정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일반고에 입학했더라도 고액 과외나 잘 짜인 생활기록부 로드맵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자사고 폐지 후 모두가 공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교육 격차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교육 격차 해소, 고교 서열화 폐지 그 어떤 측면으로 봐도 자사고 폐지의 근거는 조금씩 부족해 보인다.

  자사고 폐지의 끝은 근본적인 교육 질 개선과 교육 격차 해결을 향해야 한다. 자사고 폐지로 자사고의 가시적인 이점들이 없어진다고 해도, 본질적인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더 많은 도구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이 핵심적인 방침이었는지, 공교육을 정말로 무력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남나경(보과대 보건정책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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