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수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업의 장점을 살린 블랜디드 교육을 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온라인 교육 안정화 구축

매주 교육청과 회의해 의견 수렴

확진자도 수능보기 작전도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도 예산이 남아 학생들에게 농산물 꾸러미를 주기도 했어요. 단기간에 안정화를 찾을 수 있던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죠.” 코로나19 발발 당시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박백범(대전대 행정학과) 석좌교수의 말이다. 코로나가 발발한 201811월부터 대유행으로 번진 202012월까지 전 교육부 차관의 중책을 맡았던 박백범 교수를 만나 작년 학교 현장을 되짚어봤다.

 

  - 코로나19 발발 당시 교육부 상황은

  “작년 2월에 코로나 때문에 개학을 한 달 정도 미뤘다. ··고등학교는 49일부터 개학했는데, 그 사이에 온라인 개학을 위한 준비를 마쳐야 했다. 첫 번째는 하드웨어’. 스마트 기기가 없거나 형제가 여러 명인 가정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지원을 해왔던 저소득층은 이미 인원 파악이 완료된 상태라 지원이 수월했으나 오히려 집에 컴퓨터는 한 대인데 형제가 둘 이상인 곳을 알아내는 게 어려웠다. 다행히, 가구 수 파악이 며칠 안에 끝났고, 수월하게 기기를 보급했다. 새로 구매한 제품도 있었지만, 통계청이나 시청 같은 공공기관에서 남는 기기를 빌려온 게 신속한 보급에 큰 도움이 됐다.

  다음 과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이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EBSKERIS(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온라인 학습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다만 EBSKERIS는 모든 학생들을 수용할 만큼의 접속 용량이 없었다. 처음 개통했을 때는 서버가 터지는 일이 잦았다. 서버 문제를 해결한다고 담당자들이 2주간 날밤을 새우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휴먼웨어’, 즉 갖춰진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적으로 온라인 교육 환경을 구축했으니 이제 선생님들이 사용법을 익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줌이 뭔지도 몰랐고 인터넷으로 수업을 하는 교사가 거의 없었다. 선생님들께서 적응하시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온라인 환경 적응을 돕기 위해 온라인 연습 강좌를 만들어 보급하거나 온라인 연수를 여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자율 연수가 가장 큰 도움이 됐다. 동료 연수라고도 하는데, 기기에 익숙한 선생님이 동료 교사를 가르쳐주면서 서로 배우는 거다. 오히려 인터넷 연수보다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한 달도 안 돼서 순식간에 갖춰졌다. 이렇게 단기간에 세 가지가 갖춰진 사례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 예산 문제는 없었나

  “거의 없었다. 작년 추가 예산이 들어가긴 했지만, 온라인 상황에서 집행을 못 해서 남는 예산을 많이 활용했다. 급식비가 대표적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오니까 당연히 예산이 남았다. 한번은 남은 급식비로 학생들 집에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주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어떤 부분에 예산이 남는지 계산하고 파악해서 필요한 만큼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넉넉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일정 부분 예산이 남기도 해서 울산교육청은 쿠폰 바우처를 지역 화폐 개념으로 학생들한테 주기도 했다.”

 

  - 2021학년도 수능은 확진자도 응시가 가능했다

  “병에 걸린 게 잘못은 아니지 않나. 어떻게 보면 사고를 당한 건데, 시험을 못 보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부는 모두가 수능 보게 하기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준비했다. 확진자는 병원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니까, 그 지역 병실이 모자라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 시험을 치르게 하는 계획까지도 세웠다.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고,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 수능 100일 전부터 질병관리청과 공조해 확진자 명단을 파악했고, 확진자는 병원에서, 격리자는 격리자끼리 모아서 시험을 볼 수 있게 했다. 다행히 별 사고 없이 수능을 잘 마쳤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시험에서 확진자도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전례가 없었다. 코로나 확진자까지 시험을 볼 수 있게 한 첫 케이스가 작년 수능이다.”

 

  -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치른 수능, 부담이 크지 않았나

  “국가가 재난 상황일 때는 모두가 한뜻으로 서로를 도왔기 때문에 돌파가 가능했다. 교육부도 타 기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가 격리가 필요한 아이들이 나오면 구급차가 아이들 이동을 도와주고 보건소나 질병청도 다들 발 벗고 나서줘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제일 걱정했던 건 답안지 수송 문제였다. 그동안은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만 답안지를 전달하면 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병원은 병원 담당자나 당사자들 관리를 따라야 하니 걱정이 컸다. 그래서 병원에는 교육청 장학사나 교육청 직원들이 감독관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아무래도 선생님들보다는 행정적인 부분을 더 잘 알고 경험도 많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

 

  - 학교가 문을 오래 닫는 것에 대한 반발은 없었는지

  “작년 5, 등교수업 재개를 논의할 때 학부모 대부분이 반대했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최고조로 올라갔을 때라 아직 등교 수업은 이르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일부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이 더는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가 없으니 차라리 학교에 보내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 등교 반대 의견이 과반수 이상이라 대면 수업을 재개하지 않았다. 각 가정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서 요구하는 내용이 제각각이다. 그런 상반되는 의견을 조정하는 게 꽤 어려웠다.

  선생님들의 의견은 여러 창구를 통해 수시로 수렴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 1만 명을 가입시킨 온라인 공간 ‘1만 커뮤니티를 통해 교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에 대해 교육청과 부교육감, 국장님들과 매주 교육청의 상황을 점검하며 회의했다. 장관들이 직접 의견을 들어가면서 진행했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었다.”

 

  - 비대면 수업의 장기화로 교육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최근 지속된 비대면 수업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중상위권이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까지는 코로나19를 처음 맞닥뜨린 상황에서 전염을 막고 방역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 금년부터는 장기화된 비대면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나 사범대 학생들의 교육 봉사를 통해서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아이들을 지원함으로써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온라인 기초학력 진단 검사를 이용하기도 했다.

  교육청에서 지금 AILMS(Learning Management System)가 합쳐진 형태의 학습관리시스템으로 학생 개개인의 약점을 찾아 학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학생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고 이후 어떻게 보정이 됐는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누적이 돼서 개인별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사람마다 병에 따라서 처방이 다 다르게 나오듯이, AI가 학생 각자에게 처방을 하면 선생님이 학생의 약점을 치료해주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주로 기초학력 미달자에게 사용하고 있지만,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게 목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살려 블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형태로 교수법을 발전시켜야 한다. ·오프라인을 아주 자연스럽게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형태다. 거꾸로 학습을 예로 들 수 있다. 수업 시간 전에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미리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한 다음, 수업 시간에 모여 과제와 수업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서로 평가한다. 그러면 수업 시간은 1시간이지만 사실상 네다섯 시간의 공부 효과를 볼 수 있다.

  요즘은 온라인 수업에서도 교육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체육도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꼭 운동장으로 나가 뛰어야만 체육인 건 아니다. 팔굽혀펴기 하나를 하더라도 선생님이 수업을 재밌게만 구성한다면, 공간의 제약이 없는 환경에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계속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선생님들이 수업 개발에 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선생님들의 수업 능력이 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보이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모두에게 오픈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 이후 학교는 온·오프라인 수업 방식을 기본 전제로 생각하고, 이들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송정현 기자 lipton@

사진정채린 기자 c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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