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위해 시작한 코딩 공부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자로 취직

유튜브로 ‘쉬운 코딩’ 전파

조동근 교우는 "비전공자들이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딩은 마법과도 같아요. 안 배울 이유가 없는 거죠.” 조동근(환경생태공학부 11학번) 교우에게는 강한 확신이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코딩은 거대한 경쟁력이다. 코딩 실력을 갖추면 귀찮은 업무를 자동화하고, 앱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취업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전공자들에게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게 코딩이다. 28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조코딩’이자 스타트업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교육하고 있는 조동근 교우도 처음엔 비슷한 고민을 했다. 환경과 식품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거리가 먼 학생이었지만, 창업을 향한 열정으로 코딩을 시작해 결국은 개발자까지 됐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전공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개발자 커리어만 생각한다면 컴퓨터공학과가 좋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비전공자도 충분히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시 돌아가더라도 전공을 바꾸지는 않을 거예요.”

 

웹 개발 통해 찾은 코딩의 재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평범한 학생 조동근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름이었다. 혁신을 이뤄낸 창업자들은 그에게 창업의 꿈을 심어줬다. 언젠가 나만의 사업을 일궈내겠다는 목표가 가슴 한 켠에 항상 자리해 있었다.

  이과생이었지만 수학을 싫어했던 조동근 교우는 본교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했다. 수학을 덜 공부하면서도 미래에 비전이 있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다. IT 창업과는 거리가 있는 전공이었지만, 그의 창업을 향한 열망은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앱 제작의 외주 견적을 찾아본 조동근 교우는 충격을 받았다. 너무 간단한 앱 개발이었는데도 수천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비용을 지불할 바에는 직접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길로 코딩 공부에 뛰어들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시작한 C언어 공부는 어렵기만 했다. 이해도 안 가고 재미도 없어 코딩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줄 개발자를 찾아 들어간 프로그래밍 연합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은 코딩을 대하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놨다. “웹을 개발할 때에는 복잡한 C언어 대신 html 태그 몇 개로 원하는 화면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코딩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 웹 개발이 즐거웠던 이유는

  “C언어 공부는 이론 공부에 가까워요. 검은 화면에 수식을 가득 띄우고 계산을 반복하죠. 반면 웹 개발은 우리에게 익숙한 구글, 네이버 같은 사이트를 만드는 거잖아요. 내가 만든 웹사이트를 전 세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정말 재밌었습니다. 또한 ‘멋쟁이 사자처럼’에서의 경험으로, 코딩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어야만 가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본기만 있으면 인터넷에 있는 각종 오픈소스를 이용해서 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구현해낼 수 있어요.”

 

취업과 창업 끝에 코딩이

  코딩 공부와 창업 고민은 계속했지만, 그렇다고 취업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조동근 교우는 4학년 여름방학에 전공을 살려 CJ제일제당에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했다. 대기업이 주문한 인턴 과제는 만두피가 제일 맛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어떤 온도와 습도에서 만두피가 가장 쫄깃한지 실험하고 주변인들에게 맛 평가를 받았다. 자신만의 사업을 기획, 개발하고 싶었던 그에게는 별 흥미가 당기지 않는 업무였다. 결국 조동근 교우는 정규직 전환을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왔다. “맛있는 만두피를 잘 찾는 게 제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느낌이랄까요. 회사 특유의 수직적인 문화도 저와는 안 맞았던 것 같습니다.”

  4학년 2학기에 학교로 돌아온 조동근 교우는 다시 창업에 몰두했다. 창업 연합동아리 ‘인사이더스’에 가입해 시장 경험을 쌓았고, ‘런치팅’이라는 스타트업 회사 대표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직장인 점심시간 미팅 서비스 ‘런치팅’은 매체에도 소개될 만큼 높은 성과를 보였다. “소셜데이팅 앱의 높은 수요와 직장인들의 니즈, 편견까지 모두 고려해 만든 앱이었어요. 괜찮은 성과를 거뒀고 고객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도 재밌었지만, 서버비나 마케팅비를 창업지원자금에서 충당하다 보니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창업 과정에서 자금 마련의 한계를 느낀 그는 다시 LINE의 글로벌전략기획팀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잡고 다양한 앱들을 분석해 레포트를 작성하는 것이 업무였다. 앱의 트렌드나 전략 등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원하던 일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했다.

  수 차례 도전과 후퇴를 거듭하며, 아이디어 제시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을 직접 추진하고 싶다는 마음은 커져만 갔다.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은 ‘개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코딩 공부에 박차를 가한 끝에 LG CNS에 개발자로 취직했다.

 

- 개발자 직군의 매력은 무엇인가

  “많은 걸 배워간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 코딩 교육을 지원해주는데, 가끔은 3~4일 정도를 외부에서 교육만 받기도 했어요. 일하면서 지식을 쌓고, 다른 곳에 응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공부하며 월급까지 받는다는 게 너무 좋았죠.”

 

‘조코딩’으로 나누는 배움의 가치

  조동근 교우는 비전공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개발자가 됐다. “전공도 아니었던 코딩을 배우고, 이걸 창업과 개발에 응용한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특히 비전공자분들이 제 영상을 통해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다양한 시도를 하길 바랐죠.” 2019년 2월, 쉽게 코딩을 배워가는 채널 ‘조코딩’의 첫 번째 영상이 업로드됐다.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개발자 업무와 유튜브를 병행하려니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잠을 거의 못 잤어요. 회사 사람들에게 유튜브를 한다고 알리는 것도 조심스러웠고요. 그래도 코딩을 쉽게 알려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계속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조코딩’ 채널의 콘텐츠는 한계가 없다. 주요 콘텐츠인 ‘파이썬 쉽게 배우기’부터 ‘웹사이트 만들기’, ‘개발자와의 인터뷰’, ‘주식 자동화 프로그램’, ‘개발자 유머’까지 폭넓은 소재를 다룬다. 조동근 교우는 유용하고 재밌는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조코딩’ 채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용성을 꼽았다. “코딩의 모든 원리를 배우는 건 4년 동안 컴퓨터공학을 전공해도 힘들어요. 비전공자는 더더욱 쉽지 않죠. 일단 흥미에 맞춰 앱이나 웹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해요. 성취감을 느껴야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조코딩’ 채널은 지루한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영상을 제작합니다.”

  작년에 출시한 ‘조코딩’의 동물상 테스트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를 만큼 큰 유명세를 얻었다. MBTI와 같은 각종 테스트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니즈를 파악한 덕이다. ‘조코딩’ 구독자들은 영상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직접 앱을 개발하고 출시하기도 했다. 한 구독자가 동물상 테스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관상 테스트’는 일주일 만에 약 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구독자가 제 영상을 토대로 앱을 출시했단 소식을 듣고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코딩에 재미를 붙여서 개발에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조코딩’ 채널은 주기적으로 구독자들이 만든 앱을 자랑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독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다양한 분들이 제 채널을 통해 코딩을 배우고 계시더라고요. 중학생 구독자가 제 영상을 보고 코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컴퓨터 특성화고에 합격한 경우도 있었고, 외국에 사는 5살 구독자가 ‘코딩 너무 재미있다’고 댓글을 남긴 것도 기억에 남네요. 최근에는 60대 구독자가 덕분에 쉽게 공부하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남겨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앞으로 만들고 싶은 콘텐츠는

  “코딩을 통해 창업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앱을 개발해 출시하고 이후 광고를 삽입하는 정도에 그쳤는데, 앱 서비스를 비즈니스화하는 방법을 영상에 담고 싶어서요. 가능하다면 직접 앱을 만들어 투자도 받고 사업을 키우고 싶습니다. 직원도 뽑고 상장도 하는 거죠.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최근 관심이 가는 주식 투자나 게임 관련 콘텐츠도 준비 중입니다.”

 

끝없는 개발과 창업 열정

  조동근 교우는 현재 스타트업 ‘멋쟁이 사자처럼’의 콘텐츠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개발자로 일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유튜버 활동을 통해 코딩 교육에 힘을 쏟고 싶다고 느껴 이직을 결심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NFT(Non-Fungible Token) 관련 강의를 구성하고, 커리큘럼을 짜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창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창업이 그렇게 대단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만들었던 ‘동물상 테스트’도 어쩌면 창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예정이고, 그중에 잘될 조짐이 보이는 게 있다면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할 겁니다. 창업은 늘 생각하고 있고,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조동근 교우의 목표는 언제나 ‘성장’이었다. 코딩을 배우기 시작해 개발자가 되고, 유튜버로 활동하며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전 과정이 그를 성장시켰다.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도 저와 함께 커나가겠죠. 모든 경험은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고 있을 미래를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즐겁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글 | 이현민 기자 neverdie@

사진제공 | 조동근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