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익 대표는 "법률가를 돕는 리걸테크 분야의 발전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설립된 리걸테크 기업 '인텔리콘'은 빅데이터,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기술 등을 이용한 법률AI 시스템을 개발해오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지능 법률정보시스템을 개발했고, '2019년 대한민국 인공지능 대상'에서 법률 부문 인공지능대상을 수상했다. 인텔리콘은 법률AI 시스템이 법조인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보조자로서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텔리콘의 임영익 대표를 만나 국내 리걸테크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 국내 최초로 법률AI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2013년에 정부가 유망기술을 지원하고 사업화까지 연결해주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했다. 당시에 법과 기술을 결합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분야가 굉장히 심오하고 재밌다고 느꼈고, 연구를 시작했다.

  ‘인텔리콘’은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딥러닝’, 인간의 고유능력인 언어를 기계가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어처리 기술’을 융합한 AI를 바탕으로 다양한 법률정보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한 서비스로는, 까다로운 법률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 검색기 ‘유렉스’와 법조인의 자료조사 업무를 보조하는 ‘아이리스’가 있다. 아이리스는 세계 인공지능 법률 경진대회에 출전했을 때 개발한 인공지능 법률정보시스템이다. 당시 아이리스는 일본 사법 시험에서 출제됐던 민법 과목 문제를 푸는 대결에서 다른 경쟁 시스템들을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아이리스는 현재 버전 7까지 개발된 상황이며, 추후에도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 리걸테크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통적 법 관행을 고수해왔던 법조인에게는 리걸테크라는 방식이 생경할 수 있다. 변호사들 다수가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등록 변호사는 약 3만 명으로, 한 해에만 신규 변호사 1700여 명이 배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턱을 더 낮추면, 변호사 입장에서는 저항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기술 기반의 법률 서비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마치 법률AI 시스템을 인간의 통제가 어려운 터미네이터와 연결 지어 상상하는 것 같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 본성이기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법률AI의 역할과 한계를 고려할 때 리걸테크가 만들어나갈 미래를 부정적으로만 진단하는 모습은 다소 아쉽다.

  또, 법률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법적 불이익을 받았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즉 책임성 문제도 애매하다. 기존 법률 시장은 고객들이 변호사를 통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면 변호사가 책임을 진다. AI 시스템이 잘못된 결과를 출력했을 땐 피해의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리걸테크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 AI판사를 도입한 국가도 있다

  “AI는 인간 변호사의 수많은 복잡한 업무 중 특정 분야만 도와줄 수 있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 처리에는 능숙하지만, 복잡하고 예외적인 사안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에스토니아가 AI판사 도입을 시도했지만, 아주 간단한 사건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한을 뒀다. 우리나라도 소액 사건과 같은 경우에 한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AI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AI판사의 도입이 확대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축구로 치면 비디오 판독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 씨름이나 축구에서 종종 비디오를 판독한 후 판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심판은 비디오가 보여주는 부분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판정을 내리기 위해 경과를 참고하는, 즉 보조적인 용도로 활용한다. AI판사도 마찬가지다. 판사를 온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판사의 도우미로 쓰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법률AI로 만들어진 시스템이 인간 법률가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향후 국내 리걸테크 시장의 전망은

  “리걸테크가 다루는 다양한 서비스 중 법률 및 판례 검색, 문서 작성 등 법률가를 돕는 서비스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변호사 소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 분야의 성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와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제34조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해 변호사들이 ‘로톡’과 같은 변호사 소개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변협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온라인 사무장’이 될 가능성이 큰 중개 플랫폼에 의해 변호사가 기업과 시장의 자본 논리에 종속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변협과 로톡 간 분쟁의 향후 결과에 따라 리걸테크가 우리나라에서 꽃을 피울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글│진서연 기자 standup@

사진│서현주 기자 z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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