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정보보호학과
이경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정보보호학과

  이번 학기 온라인 강의의 시작은 특별했다. 대학원 첫 수업에서 80명에 가까운 학생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가질 것인지 의견을 들어 보았다. 처음에는 학생이 너무 많아 자기소개에 강의시간이 지나치게 소모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 학생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있었다. “교수님, 저는 입학해서 동기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후 수십 명이 마이크를 켜고 자기소개를 통하여 같은 반 동료들이 누구인지 목소리도 들어보고, 얼굴도 보고,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다고 의견을 강하게 제시하였다. 결국 다음 시간에 일인당 30초 내외의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어진 다음 주 자기소개 시간은 30초를 단 1초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듯이 용모를 반듯하게 가다듬고 발표 도구도 활용하며 모두 알차게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진행하였다. 어떻게든지 준비한 것들을 모두 표현하기 위하여 애쓰는 모습은 캠퍼스에서의 만남에 대한 갈증을 넘어서 안타까움과 속상함은 물론이고 교육의 한 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반영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접촉과 교류의 장애가 한 해를 훌쩍 넘어서자 대학은 다양한 대책을 쏟아 내고 있다. 어떤 대학은 입학식을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과잠을 입은 캐릭터를 신입생에게 제공하고 총장의 인사말과 신입생대표의 입학 선서에 이어 교수, 동기, 선배 아바타들과 인사를 나누게 했다. 또 다른 대학은 축제를 실제 캠퍼스와 거의 동일한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열어 학생들에게 아바타를 제공하고, 축제를 즐기는 다른 아바타를 만나 실시간으로 채팅을 하면서 학생들과의 만남이 가상 캠퍼스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오프라인축제에서 선후배를 만나고 다른 과 학생들과 교류했던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겨서 안전하게 구현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한다. 현실 공간을 가상으로 가져와서 구현하고 가상공간의 특징도 유지하고 있으며 이 공간에서 사회, 경제가 운영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급속한 경험을 만들어 내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는 다양하지만,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한 UC 버클리의 졸업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캠프, 제페토를 활용한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 등을 손꼽아 볼 수 있다. 기존에 온라인실시간 소통을 크게 향상한 미네르바 대학의 사례까지 고려하여볼 때 대학이 활용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구스타프 융은 인간은 천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활용하고 이를 통하여 관계를 이어간다고 했다. 대학 메타버스에서의 아바타는 오늘날 우리 학생들에게 익숙한 본캐(본 캐릭터) 부캐(부 캐릭터)처럼 이미 충분히 경험했고 활용할 준비가 되어있으며 오히려 교육과 연구에서 그동안 현실적 이유로 진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극복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특히 우리 대학의 전통과 문화를 지탱한 학생과 학생 간의 접촉, 교수와 학생 간의 접촉, 선배와 후배 간의 접촉과 활동을 메타버스와 온라인으로 유지하고 계승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물론 가상환경에서의 순기능과 함께 우려되는 역기능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상환경에 적용되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 규칙을 가상세계로 옮겨와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존 세계에서 불가능했던 규칙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새로운 가상세계를 위한 규칙 적용 또한 가능하다.

  본질은 연결이다. 연결은 접촉과 행동이며 우리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본질도 동일하며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고 이를 통하여 팬데믹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어서 충분한 관성을 가진 디지털 전환에 대한 거대한 물결을 넘어서 메타 유니버시티(Meta University)를 건설하는 가장 유력한 첫걸음이 우리 캠퍼스에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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