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거리비례 수익 배분

마을버스, 공평한 지원 요구

지원 의무 없다는 서울시

 

5월3일부터 금천 01-1번 마을버스의 운행을 6개월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할 것임을 예고하는 현수막을 단 성북 21번 버스가 종암동 거리를 달리고 있다.
6월 1일부터 운행을 중단할 것임을 예고하는 현수막을 단 성북 21번 버스가 종암동 거리를 달리고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 업계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경영 악화로 운행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금천 01-1번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범일운수는 장기간에 걸친 경영 악화로 5월 3일부터 6개월간 운행중단을 알렸다. 금천구 관계자에 따르면, 범일운수는 누적된 적자로 작년부터 운행중단 신청을 해왔다.

  문제를 겪는 곳은 금천 01-1번 버스만이 아니다. 마을버스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은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더 악화됐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마을버스 이용객은 2019년 대비 약 1억 1500만 명이 줄었고, 수입금 역시 약 635억 원 감소했다.

  김문현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 이사장은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부터 마을버스 업체들은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며 “감차 운행을 하고 직원 급여도 주지 못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을버스 업계는 6월 1일부터 통합 환승할인 시스템 탈퇴와 운행중단을 예고했다.

  마을버스 재정적자는 이용객 감소, 환승할인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김도경(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자연적인 이용객 감소가 적자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2004년 시내버스 개편으로 마을버스가 담당했던 노선의 일부를 시내버스가 대신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마을버스 이용객 수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고, 곧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통합환승 시스템을 통한 환승할인도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2004년부터 시작된 통합환승제를 통해 마을버스는 환승 승객이 지불한 요금을 거리에 비례해 시내버스, 지하철과 나눠 갖게 됐다. 마을 버스 입장에서 거리에 비례하는 수익 분배는 그리 달갑지 않은 구조다. 강경우(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마을버스는 주로 단거리를 운영하기 때문에 거리비례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현재 시스템에서 굉장히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3월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소문 별관 앞에서 집회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3월 2일부터 5월 14일까지 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은 3월 2일부터 5월 14일까지 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요금 인상·환승탈퇴는 어려워

  마을버스 업계는 서울시에 지원금 확대, 요금 인상, 환승 시스템 탈퇴 중 하나라도 이행해줄 것을 요구 중이다.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은 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3월 2일부터 5월 14일까지)와 서울시 서소 문별관 앞 집회 시위(3월 25일에서 4월 2일까지)를 진행했다. 시위가 종료된 후, 마을버스운송조합과 서울시는 5월부터 재정적자 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마을버스 업계가 실제로 환승시스템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강경우 교수는 “마을 버스가 환승시스템에서 탈퇴하면 마을버스 주 이용층에게 피해를 줄 것” 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코로나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 환승시스템에서 마을버스를 탈퇴시키게 되면 이용객들에 더 큰 불편을 초래해 반발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요금 인상도 당분간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원 의무 둘러싸고 입장 대립

  협의 과정에서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금 지급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문현 이사장은 “서울시는 예산이 없어도 시내버스에 대한 지원은 지속하는 반면, 마을버스에는 미리 확보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확대하지 않는다”며 “마을버스가 민간업자라고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마을버스에는 시차원에서 재정지원을 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마을버스에 대한 지원은 미리 책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이뤄지도록 돼 있다”며 “코로나로 적자를 호소하는 버스 업체가 늘어나 예산 범위를 초과하게 된 상황” 이라고 말했다. 추가 예산을 편성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편성되지 않는다면 지원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되는 버스의 재정상태는 전반적으로 적자다. 다만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로 운영되기에 서울시가 적자와 적정 이윤을 보전해주고 있다. 반면 민영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에는 일정 부분의 적자만을 보전해주는 상황이다. 2004년 수도권 통합환승할인 제도 신설 당시, 환승할인에 마을버스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환승에서 비롯되는 손실을 시에서 보전해주는 것으로 서울시와 마을버스 업계가 합의했는데, 이 부분이 마을버스 재정지원의 근거가 된다.

  환승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주기 시작하면서 마을버스의 운송원가를 책정할 필요가 생겼다. 시내버스의 경우, 버스 1대가 한 번 운행할 때 드는 비용을 책정해 표준운송원가를 설정했다. 이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총비용에서 수익을 뺀 만큼의 금액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반면 마을버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김도경 교수는 “마을버스에 대한 적자를 보전해주지 않아 왔기에 마을버스의 표준운송원가를 만들어놓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승으로 인한 손실을 지원하기 위해 시에서 자체적으로 운송원가를 계산했지만 이 원가는 마을버스 업계에서 만든 것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업계에서 책정한 운송원가가 더 높아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워 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대립이 발생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서울시 버스 운영방식

  버스운영방식은 크게 공영제와 준공영제, 민영제로 구분된다. 초기에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모두 민간에서 운영했지만 2004년 버스개편으로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준공영제로 전환했다. 버스개편을 거치며 기존의 버스체계는 장거리 전용의 간선 버스와 단거리 전용의 지선 버스로 나눠졌고 노선조정 권한을 서울시가 가져갔다. 당시 개편의 이유는 많은 수입을 발생시키기 위해 짧은 거리를 돌아가는 굴곡 노선과 같은 비합리적인 경우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마을버스의 경우, 준공영제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도경 교수는 “단거리를 담당하는 지선 버스가 마을버스의 일부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 마을버스가 준공영제에 해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운영방식은 구분되지만 전문가들은 마을 버스와 시내버스 모두 완벽한 ‘민영제’도, ‘준공영제’도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강경우 교수는 “준공영제는 민간의 창의성과 공공성의 장점을 살린다는 의미에서 의도는 좋으나, 우리나라 준공영제는 왜곡돼있다”고 말했다. 학문적 의미에서 준공영제는 정부에서 버스를 소유하고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나라 시내버스는 민간에서 소유,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노선결정 정도에만 관여하고 있다.

  마을버스 역시 마찬가지다. 원칙대로라면 마을버스 업계는 임의로 버스의 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사실상 마을 버스에 버스 총량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어 김도경 교수는 “마을 버스를 크게 늘리면 시내버스의 수익이 줄어 시내버스에 대한 손실보전액이 커진다”며 “이런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불안정한 운영방식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체계 변화 필요해

  계속되는 마을버스 업계와 서울시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선 불안정한 운영방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통합환승 할인제도라는 큰 틀 안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가 속해있지만, 각기 다른 운영방식을 갖고 있다. 강경우 교수는 “마을버스 운영방식을 선택하는 것보다 각 교통수단의 소유를 일원화하는 운영체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각기 다른 운영방식을 가진 대중교통에 수익금을 배분하는 현재 통합환승 시스템에서는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을버스 운영방식을 완전공영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마을 버스는 그 특성상 공공성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공공의 관여가 필요한데, 준공영제와 공영제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비슷하기에 완전공영제를 선택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준공영제의 경우 시에서는 노선권을 가져올 수 있지만, 노선권에 관여하는 것의 비용 대비 편익은 크지 않다. 김도경 교수는 “공영제를 도입하게 되면 시에서 수요에 따라 버스 배치를 조절하는 탄력적 운영도 가능하므로 공영제를 채택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과 갈등의 한복판에 선 마을 버스 운영은 서울시와의 협의가 진행되면서 21일, 운행중단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은 밝혔다.

 

글|이승빈 기자 bean@

사진|이정우·이승빈 기자 press@ 

사진제공|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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