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했다. 그리고 ‘태교’란 숙제가 자연스레 생겼다. 지금은 아가가 너무 작으니까, 아직은 듣지 못하니까. 온갖 변명들로 차일피일 미룬 지 7개월이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급하게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보라색 표지가 눈길이 갔던 책의 이름은 <프랑스 아이처럼>이다.

  저자는 미국인이고 기자였다. 영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 가정을 이뤄 프랑스에 정착한 후 제3국인 프랑스에서 아이를 낳아 길렀다. 낯선 나라, 그리고 육아라는 낯선 경험 속에서 그는 ‘여긴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프랑스 아이들은 레스토랑에서 시끄럽게 굴지 않는다. 어느 정도 개월 수가 되면 통잠(밤에 깨지 않고 내리자는 잠)을 잔다. 패스트푸드도 즐기지 않는다. 그 와중에 엄마들은 하이힐을 신고 여리여리한 몸매를 뽐내며 유모차를 끈다.

  페이지를 넘기며 어느 순간 하나씩 메모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이런 엄마가 돼야겠단 다짐도 수어 번 했다. 이미 내가 꿈꾸는 미래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엄마인 동시에 여자로서의 권리도 지키는 프랑스식 엄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누구처럼 되고 싶단 생각을 강렬하게 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 레스토랑에서 떼를 쓰는 아이 때문에 고생해 본적도, 잠을 자지 않는 아이 때문에 밤을 지샌 적도 없는데 말이다.

  출산과 육아를 앞둔 내게 모든 엄마들은 길잡이 같다. 물론 굳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임신을 한 이후 인생 선배님들의 조언은 끝이 없다. 분만, 모유 수유에서 시작한 대화들이 영어 유치원과 대치동 입시학원까지 향하는 일이 다반사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나는 도대체 어떤 엄마가 되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 것일까. 갑자기 머리가 아파 왔다. 다른 엄마들의 조언에 맹목적이었던 나머지 한 번도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네가 다른 것처럼, 내 아이 역시 오롯이 하나의 존재라는 걸 잊고 있었다. 아니면 엄마가 된다는 것이 두려워 교과서 비슷한 게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 최고의 선배이자 곧 할머니가 될 엄마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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