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모 교수는 "스포츠의학도 종목마다 전문의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모 교수는 "스포츠의학도 종목마다 전문의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 관리

LG트윈스·A매치 대표팀서 활약

“스포츠의학도 전문분야 생겨야”

 

  전 국민을 웃고 울리는 화려한 스포츠 경기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다. 그중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부상을 관리하는 팀닥터는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스포츠팀 주치의는 경기 영상을 주의 깊게 보고, 선수의 부상을 확인한다. 경기 중에는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선수가 다치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응급처치한다.

  스포츠팀 팀닥터는 보수가 거의 없어 ‘명예직’이라고도 불린다. 당연히 스포츠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다. KBO LG트윈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팀닥터로 활약하는 장기모(의과대 정형외과학교실) 교수는 이 힘든 일을 한다. “이유는 그냥 좋아하니까, 좋아서 합니다.”

 

좋아하는 일 좇다 보니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본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진 않았다. 하지만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삼은 건 긴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좋아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즐겼고 대학생 때는 농구동아리 ‘새턴’, 힙합댄스동아리 ‘갈채’에서 활동했습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스포츠의학을 공부하는 정형외과를 택했죠.” 누군가는 돈도 안 되는 팀닥터를 왜 하냐고 이야기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여느 스포츠 팬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요.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좋으니까 응원하는 거죠.”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정형외과의인 장기모 교수는 수술만큼이나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료의 시작은 수술이지만, 환자가 하루빨리 원래의 운동 수준을 되찾게 하는 건 재활이다. “외과 의사지만 수술은 부작용이 많아서 꼭 필요할 때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수술하는 케이스를 줄여나가고 있어요.” 안암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물리치료사들과 재활 방법, 장비들에 대해 논의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장기모 교수의 중요 업무다.

 

- 의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어촌에서 배를 타시는 분인데, 교통사고로 개방 골절이 돼서 수술하신 분이 계세요. 대여섯 번 수술을 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다행히 잘 걸어 다니십니다. 안정기에 접어들어 요즘은 1년마다 한두 번씩 뵙는데, 볼 때마다 문어, 전복 같은 직접 잡은 해산물을 가지고 오세요. 서너 시간 걸리는 거리인데도 오실 때마다 행복해하시는 게 느껴져요. 의사인 저로서는 그 힘든 치료를 견디시고 지장 없이 잘 지내는 모습만 봐도 감사하죠.”

 

국가대표 팀닥터가 되다

  2019년, 장기모 교수는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으로 발탁됐다. 17세 이하 축구 대표팀 주치의를 주로 맡다 올해 3월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팀닥터로 선임됐고, A매치 한일전에 동행했다.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광스러운 자리라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합을 준비할 때는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보며 부상, 컨디션, 경기력을 확인한다. 화상통화로 해외에 있는 선수와 미팅도 하며 최고의 선수구성을 위해 노력한다. “70명에서 100명 정도의 우리나라 선수를 관리하고 있어요. 백 퍼센트 기량을 발휘해 이번 대회에 좋은 성과를 가져다줄 선수가 누구일지 감독과 코치진에 의견을 제시합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대회 내내 관리하는 것도 팀닥터의 몫이다. “메디컬 체크 후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치료하고 코치진에게 설명합니다. 경기 중에는 부상이 발생할만한 상황을 예측하고 주시해요. 가령 코너킥 상황에 관중들은 공을 차는 선수를 보지만, 저는 골대 앞에서 몸싸움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선수들과의 심리적 유대감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불쑥불쑥 찾아가 몸 상태를 물을 수 없습니다. 곁에서 예의주시하다 불편한 부분을 알아채는 게 중요하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선수들과 친밀해져야 합니다. 저는 선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친해지려 노력해요.”

 

- 3월 A매치를 다녀온 소감은

  “성인팀은 17세 이하나 올림픽 대표팀이랑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이미 완성된 선수들을 조화시키는 과정이다 보니 다가가기도 쉽지 않고, 모든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경기 중에 발생하는 부상은 대부분 정형외과적인 것들이라 문제없는데, 경기 이틀 전 한 선수의 잇몸이 엄청나게 부어서 당황했었죠. 학교 다닐 때 잠깐 배운 거 말고는 아는 게 없어서 바로 친한 치과 선생님께 사진을 보냈고, 조언을 받아 처치했습니다.”

 

- 대표팀의 승리를 위한 스태프들의 노력은

  “코칭 스태프, 트레이너, 행정 직원들이 합심해 대표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니폼과 신발의 공식 스폰서 업체 담당자들도 경기 현장에 동행합니다. 선수들이 경기를 뛰면서 신발이나 옷이 불편하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확인하는 거죠. 제 경우엔 선수들과 친밀한 트레이너들을 통해 선수들의 상태를 전해 듣기도 하고, 조리팀과 같이 영양 식단을 짜기도 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열린 눈과 귀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의학 발전 위한 사명감

  장기모 교수가 대학 재학 중이던 시절, 스포츠의학은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유명한 선생님들께서 몇 번 강의하고 끝나는 과목이었어요. 사회가 발전하면서 생활체육 참여가 활발해지고 스포츠의학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20년 전보다는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팀 주치의가 스포츠 일만 전담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연구나 진료 등 다른 업무와 겸업해야 하는 거죠. 또,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저를 찾아오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종목마다 전문의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모 교수는 대학교수로서의 책무에도 충실히 임한다. 최근에는 스포츠의학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년 전에 의과대학 학생들이 스포츠의학회 지도교수를 맡아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기특해서 심포지엄을 할 때마다 지원해주고 있죠.”

  본교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에 그는 사명감을 느낀다. “고려대학교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산실이죠. 훌륭한 운동선수들을 많이 배출한 만큼 스포츠의학을 포함한 스포츠과학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합니다. 제가 고대 출신 중 처음으로 월드컵 대표팀 주치의가 됐는데, 후배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알려주는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기모 교수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기모 교수

 

글 │ 유승하 기자 hahaha@

사진 │ 이주은 기자 twoweeks@

사진제공 │ 장기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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