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배워 본 사람은 안다. 드라이버가 잘 맞는 날에는 아이언이 맞지를 않고, 아이언이 잘 맞기 시작하면 드라이버가 제대로 맞지를 않는다. 골프를 배운 지 2~3년이 지나 ‘생초보’ 시절을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어프로치나 퍼트는 아마추어에게 평생 숙제라 얘기할 필요도 없다. 골프는 ‘월반’이 없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만의 얘기도 아니다. 모교 졸업생이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 김세영은 “내가 생각한 대로 공이 가주는 날이 우승 날”이라고 했다. ‘프로들도 그런 고민을 하느냐’는 질문에 김세영은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생각한 대로만 공이 가준다면 골프만큼 쉬운 게 없어요. 드라이버치고, 세컨 아이언치고, 어프로치하고, 퍼트하고…. 뭐가 어려울까요, 그렇게 매번 되지 않으니 어렵죠. 평생을 골프만 쳐도 잘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그 어렵다는 골프를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조건이 있지만, 프로들이 빠지지 않고 공통되게 답하는 것이 있다. ‘수천, 수만 번의 샷.’ 프로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하루에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2시간가량 연습을 한다. 심지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박현경이나 임희정은 프로가 된 지금도 대회가 잘 풀리지 않으면 대회를 마치고 그날 해가 질 때까지 샷이나 퍼트 연습을 이어간다. 골프에는 ‘월반’이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 월반이 없다’는 말에 빗댄 이 말과 이야기들이 떠오른 것은 코인과 주식에 빠진 우리나라 분위기 덕이다. 언론에서는 젊은 세대만 유독 코인에 중독된 것처럼 묘사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박판과 다를 바 없는 코인에 돈을 넣어 ‘한탕’ 건지려고 한다. 가치의 근거도 없고, 상승·하락의 이유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코인 시장에서 우리 모두는 인생의 월반만을 꿈꾸고 있다. 코인으로 벼락부자가 된 이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월반을 할 날을 꿈꾸며 코인 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성공한 골퍼들은 동료 중 일부가 골프 실력 대신 외모나 몸매로 주목받을 때에도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갔다. 반짝 인기를 얻어 자신의 실력보다 월반을 했던 그들의 영광은 얼마 가지 못했다. 대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이들의 영광은 오래도록 지속되고 있다.

  골프 마니아들이 골프를 인생의 축소판이라 부르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動.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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