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톤먼트>

별점: ★★★★★

한 줄 평: 죽은 사람만 있고 고무줄을 잡아당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연예인들의 학교폭력 기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 과거에 저지른 일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어톤먼트’는 우리나라 말로 ‘속죄’를 뜻한다. 브라이오니가 로리를 성폭행한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해 로비는 죗값을 치르는 방법으로 감옥 대신 전쟁터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 브라이오니는 후에 로비가 범인이 아닌 걸 알게 되지만 용기가 없어 바로잡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낸다. 시간이 지나 브라이오니는 로비에 대한 죄책감에 낮에는 간호사 일을 하고 저녁에는 자신의 거짓말로 일어난 비극에 대해 소설을 쓴다. 수십 년 후, 병에 걸리게 된 그는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설 <어톤먼트>를 발표하고 티비에 나와 인터뷰를 한다. 영화는 실제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로비와 그가 사랑했던 세실리아가 마땅히 누렸어야 할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며 마무리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밀양’에서 이신애가 집사들과 함께 범인의 얼굴을 보러 간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아들을 잃은 고통 속에 있던 이신애는 하나님이 용서해 주셔서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하는 범인을 보고 무너져 내린다. 나는 인터뷰를 하던 브라이오니의 얼굴에서 밀양의 범인 얼굴이 계속 겹쳐 보였다.

  속죄는 ‘어떤 사람이 지은 죄에 대하여 그 대가를 치르고 속량 받는 일’을 말한다. 과연 그는 정말로 대가를 치렀는가? 브라이오니는 단지 겁이 난다는 이유로 세실리아와 로비를 만나 잘못을 빌지도 않았다.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처음에 썼던 책을 완성함으로써 자신의 죄책감을 털어냈다. 소설을 20권 가량 쓰고 ‘마지막’에 이 책을 완성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녀에게는 속죄할 기회가 많았다. 당사자 없는 고백과 속죄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녀는 소설을 씀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 속죄한 듯 보였다. 그녀는 소설로 자신의 잘못을 열심히 변명하고 포장했다. 그녀가 죄책감으로 간호사 일을 하는 걸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속죄하려고 참 열심히 살았다던 학교 폭력자의 글이 생각났다. 그녀가 잘못을 저지르고 어떻게 살아왔든 간에 피해자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브라이오니의 관점에서 시작되어 그의 참회로 끝난다. 나는 그가 자신의 관점에서 쓴 만큼, 많은 것들이 각색됐을 것이라 확신한다. 심지어 그녀의 죄책감 또한 각색됐을 거라고 확신한다. 처음에 로비를 범인으로 몬 게 실수였다면 로비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난 후에 한 행동은 의도적인 범죄행위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분명히 ‘사실’만을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 소설은 세실리아와 로비의 인생을 망쳐버린 가해자 자신의 관점에서 쓴 소설이다. 또한 소설은 허구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실을 적으려고 해봤자 ‘허구’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브라이오니는 ‘소설’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신의 잘못을 허구 속으로 또 감춰버렸다. 만약 로비가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 세실리아와 행복해졌다면 그는 <어톤먼트>라는 소설을 썼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회사가 만들어준 ‘이미지’라는 가면 뒤에 숨어 학교폭력 기사가 터질 때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가 틀에 박힌 사과문을 올리는 연예인들에게 그것은 ‘범죄행위’라고 말해주고 싶다.

 

류지희(문스대 문예창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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