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확산 이후 군 당국이 전국 군부대 휴가 및 외출을 통제하면서 병사들은 부대 안에서 꼼짝없이 감금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확산세가 약해질 때마다 근근이 휴가가 풀리는데, 길게는 8개월 만에 나가는 휴가임에도 그 시기와 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다. 일부 부대의 경우 휴가 기간 동안 병사의 이동 동선, 접촉 인원 등을 모조리 기록,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자연스레 사람 만나기가 꺼려지고 자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휴가같지 않은 휴가에서 복귀한 장병에게 제공되는 식사가 바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실 급식이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격리되는 병사들은 양과 질 둘 중 무엇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부실 배식으로 1주에서 2주가량의 격리 기간을 지내야 한다. SNS를 통해 폭로되고 있는 급식 실태는 과연 우리 군이 한 해 국방비 440억 달러를 쏟아붓는 군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고등학생 급식비 80% 수준에 불과한 장병 급식예산, 중노동에 시달리는 조리병 혹사 등 산재해있던 실상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에서 가장 지탄받아 마땅한 건 군 당국의 대응 태도다. 군부대 내 격리대상자 처우 문제가 처음 제기된 건 작년 2월이었다. 당시 SNS 익명 제보를 통해 격리 장병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는 격리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라며 꽤 양호해 보이는 급식 사진 4장을 공개했다. 후일 해당 급식 예시는 격리 장병이 아닌 일반 육군 및 공군에게 지급하는 식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4월부터 한 달간 보여온 대응 태도도 안일하긴 마찬가지다. 부당대우를 폭로한 병사를 색출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여당 대표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방문한 부대에서는 하나같이 식판을 한가득 채운 식사를 선보였다. “사단장 생일에도 저렇게는 안 나오겠다는 비아냥과 조롱이 쏟아졌다.

  2006,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군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작전통제권 반환에 반대하는 장성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질타했다. 정치인들이 찾은 부대의 상다리 휘어질 듯한 식판이 공개되는 한편 SNS에서는 여전히 초라한 급식 폭로가 이어지는 모습으로 보아, 우리 군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깨우치지 못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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