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2020년 미국 대선은 코로나19(COVID19)와 그린뉴딜(Green New Deal)에 대한 정책 시험대와도 같았다. 대선 전부터 이미 조 바이든(Joe Biden)을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은 그린뉴딜에 관한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들 공약의 핵심내용은 적게는 1조 달러에서 많게는 10조 달러 이상을 청정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기반 마련을 위해 투입하고, 탄소배출 감축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한국판 뉴딜을 통하여 코로나19 이후 경제침체 극복과 사회적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으로 구성된 뉴딜정책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강조한 기후변화 대응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럽과 미국에서 제기되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추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에 한계는 있지만, ‘뉴딜이라는 새로운 정책에만 매일 필요는 없다. 에너지 전환을 향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17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통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까지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에너지법을 비롯한 각 법령에 따라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 계획은 에너지 전환에 관한 법적·정책적 기반이 된다.

  한국판 뉴딜정책을 이행하기 위한 입법도 진행 중이다. 202012월 기준으로 그린뉴딜과 관련된 법안 5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린뉴딜, 기후위기, 녹색전환, 탈탄소사회 등 표방하는 정책의 명칭이 무엇이든 기존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화하고, 탄소중립 달성과 새로운 산업에서의 고용증대,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목적과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당찬 의도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의 개정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멈추어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제정·시행된 지 10년이 지났다. 기후변화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범부처적인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담아내는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법률이었다. 하지만,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의 모호성, 녹색성장정책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정책과의 중복성, 관련법률의 무리한 통합, 원칙과 시책의 혼선으로 많은 형식상·내용상의 폐해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 법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본법 역할을 하도록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관한 정책과 시책이 명확해져야 한다. 제정 당시 이 법이 담지 못한 기후변화 대응의 원칙과 정책들을 보완하고, 국가감축목표에 따른 에너지기본계획, 에너지 목표관리, 전력수급기본계획,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에너지 전환 로드맵 등의 이행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강화,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보완, 기후영향평가제도의 대상과 절차, 내용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도입하게 될 탄소국경조치와 해외 기업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RE100, 기업에 대한 ESG 평가 등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요구는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미국에서 개최된 한미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책이 논의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탄소배출 감축정책이 전기차로 구체화되는 가운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생태계 조성이 각 국의 정부 주도로 실현되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화석에너지에 대한 산업적 의존성을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에너지 전환은 현시대의 당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가 선언이나 정책적 수사만으로 이행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아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가이다. 당위이지만 실현가능한 당위가 되도록 각 분야별 에너지 전환의 구체적인 시책 마련을 통한 이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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