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이란 무엇일까? 사전은 ‘여행’을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로 정의한다. 그러나 분명 이런 사전적 뜻풀이만으로 여행의 모든 의미를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여행은 사람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복합적 경험이다. 이 책은 우리가 여행하며 느낀, 여행을 쉽게 정의내릴 수 없도록 하는 찰나의 미묘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많은 사람이 금방 잊고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잘 보존돼 있다.

   저자는 마드리드에서는 홈볼트의 방식을 따라, 추천 관광지 순위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그곳의 풍경들을 즐긴다. 그는 유명 관광지에서 감명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를 떨치고, 사소해 보이더라도 자신에게 흥미로운 요소에 집중한다. 러스킨의 말에 따라 풍경을 스케치하며 랭데일 골짜기를 여행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감명받게 하는 요소를 집어내는 능력을 기르고, 자신만의 ‘미학’을 형성해 간다.

   저자는 러스킨, 홈볼트, 반 고흐, 호퍼 등 여러 인물의 여행을 곱씹으며 자신의 여행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고유한 여정을 만들어나간다. 알랭 드 보통이 안내자들의 자취를 따라 써내려간 좋은 여행의 기록은 다시 우리의 안내자가 되며, 우리는 바람직한 여행의 태도와 우리가 여행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배울 수 있다.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의 삶을 지배한 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여행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일이지만, 사실 모든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지는 않다.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하며, 낯선 장소에 적응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여행 장소에 대한 조언은 널려 있지만, 여행을 가는 방법과 가야 하는 이유를 찾긴 어렵다. 이 책은 여행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일깨우고,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소개하는 좋은 안내서다.

    책에는 ‘시간의 점’이라는 개념이 등장 한다. 어떤 장면들은 평생 우리와 함께 하며, 그 장면이 우리의 의식 속에 찾아올 때마다 현재의 어려움과 반대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해방감을 맛본다는 것이다. 시인 워즈워스는 마기오르 호수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이런 편지를 썼다.

   “이 수많은 풍경들이 내 마음 앞에서 둥둥 떠다니는 지금 이 순간, 내 평생 단 하루도 이 이미지들로부터 행복을 얻지 못하고 지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큰 기쁨이 몰려온다.”

   여행하며 눈에 담은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에 새겨져 평생 우리와 함께한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은 우리에게 먼 일이 됐다. 날씨가 풀리니, 마음껏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나 힘든 시기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간의 점’이 주는 휴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있지 않은가?

   여행의 소중함과 가치를 섬세한 문장으로 표현한 알랭드 보통의 글을 읽으며,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될 어느 날을 상상해 본다.

 

 

이한나(미디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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