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느낌 보존이 최우선”

명작과 다시 만날 기회 제공

 

장지욱 대표는 "리마스터링 작업으로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던 극장가에 <화녀>, <자녀목>,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걸작 영화들이 돌아왔다.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다시금 관객을 사로잡는 재개봉작들 뒤에는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원본 필름의 화질과 음질 상의 문제점을 개선해, 더 나은 품질의 디지털본으로 만드는 작업 과정이다. 이는 옛 영화에 선명한 화질과 음향을 입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콘텐츠존의 장지욱 대표는 유수의 한국 영화들을 리마스터링해 재개봉시키는 데 앞장서며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장지욱 대표를 만나 디지털 리마스터링의 의의와 작업 방법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 디지털 리마스터링이란

 “영화 제작에 있어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하는 지금과 달리, 2000년대 초까지는 필름을 이용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원본 필름이 손상되는 경우가 잦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질과 음질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바로 디지털 리마스터링입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은 원본 필름을 디지털화하고 복원해 더 나은 품질의 영화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옛날 영화에 향수를 가진 분들이라면 향상된 화질과 음질의 영화를 보며 만족할 수 있고, 새로운 관객이라면 과거의 영화를 아예 처음 보듯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리마스터링 작업 과정은

 “먼저 원작의 저작권자와 협의해 리마스터링 작업 권한을 얻어야 합니다. 이후 보관된 필름을 가져와 세척, 스캔, 색 보정, 복원의 과정을 거칩니다. 세척 작업에서는 특수 약품으로 필름의 표면에 붙은 먼지나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그 후 스캔 기계를 통해 영화 데이터를 스캔합니다. 스캔한 필름을 한 컷씩 쭉 연결하면 영상화된 데이터가 됩니다. 이어 튀는 색감을 보정해 색을 균일하게 맞추는 색 보정 작업을 진행합니다. 원작의 의도를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색 보정에서는 원본의 색감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색 보정이 끝난 필름은 한 컷 한 컷 일일이 확인해 미처 제거하지 못한 이물질을 없애거나 작은 손상을 보완하는 등 세부적인 복원 작업을 거칩니다.”

 

2021년 리마스터링한 영화 <화녀> 공식 포스터

- 기억에 남는 리마스터링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화녀>를 작업하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화녀>는 윤여정 배우의 데뷔작이자 많은 부문에서 수상을 한 화제작이었습니다. 1971년 작품인데, 당시 영화 원본이 해외로 반출된 후 돌아오지 못하고 불에 타 소실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영화제 출품용 프린트 필름을 찾아 구해왔습니다. 필름을 구한 뒤에도, 여러모로 손봐야 할 부분이 많아 작업 과정이 매우 복잡했습니다. 필름이 프린트본인데다가 영화제에서 상영된 횟수가 많아 손상이 심각한 편이었고, 필름 자체에 불어 자막이 입혀져 있기도 했습니다. 불어 자막을 없애지 않으면 다른 언어의 자막을 입혔을 때 겹쳐 보이기에 제거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원본에서 느꼈던 감흥을 온전히 전할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화녀>는 특유의 파격적인 연출과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색감이 붉은색 필터를 씌운 것처럼 시종일관 빨간 것이 특징인데, 이를 잘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색 보정 과정에서 눈에 튀는 붉은색을 보정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원본의 묘미를 위해 붉은 색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원했습니다.”

 

- 한국 영화에 애정이 깊어 보입니다

  “유년 시절부터 한국 영화들을 즐겨 봤습니다. 최근 K-무비의 위상을 드높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전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 영화들이 사장되는 것이 아쉬워서 리마스터링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영화는 일제 강점기와 같은 근현대사나 조선시대 등 뚜렷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작품들이 많은데, 이 영화들이 관객에 주는 특유의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의상부터 작은 소품들까지 디테일한 부분에도 큰 공을 들입니다.

   이렇듯 훌륭한 한국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호응이 적은 편이라 아쉽습니다. 아직까지 과거의 한국 영화는 촌스럽다거나,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한국 영화가 있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외화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 영화의 리마스터링 작업을 계속하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까지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들을 스쳐 지나가는 옛 영화라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리마스터링이 이 영화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관객과 만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리마스터링한 한국 영화들을 국내를 넘어 해외 OTT 서비스로까지 수출할 계획입니다. 이전까지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해외 서비스에서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리마스터링한 영화는 이미 저작권이 만료되거나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어서 수출이 용이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한 상황이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 영화를 보여줄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싶습니다.”

 

이현민 기자 never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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