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구직난 속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취업 사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취업난을 돌파하기 위해 비싼 수강료도 마다하지 않는다. 취뽀(취업 뽀개기)에 사교육을 조력자로 삼은 7명의 학생을 만났다.

 

“인터넷 강의 없인 전문직 준비 못해”

  “독학으로 공인회계사 시험(CPA)에 합 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고시 준 비생들은 대부분 대형 학원을 찾거나 인강 을 듣더라고요. 아무래도 독학하는 것보단 시험 대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 김홍준 씨(경영대 경영15)

 

  김홍준 씨는 2019년 상반기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자기소개서 스펙과 면접능력 등 비정량적 요소를 평가하는 일반 기업의 취업 준비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험을 준비 하기에 앞서 고시 선배들의 자문을 구한 그는 유명 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선택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그가 지출한 사교육비는 약500만 원. 매달 약30만 원 정도다. 그 금액이 아깝지는 않다.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을 받으면 합격이 보장되는데 사교육을 통해 고득점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면 알바를 해서라도 사교육비를 마련했을 것 같아요.” 김홍준 씨는 오늘도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외무고시를 준비하는 정경대 17학번 김모 씨도 인터넷 강의를 이용한다. 김 씨는 1차시 험인 PSAT에 합격하기 위해 30만 원 상당의 경제학 강의를 수강했다. 2차 시험 과목인 헌법과 국제법 역시 검증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유명 강사의 강의를 과목별로 따로 골라 결제했다. 헌법과 국제학 과목만으로 3개월 동안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출했다. 적지 않은 비용에도 고시생들은 강의와 함께 사교육 강사가 제공하는 합격 노하우나 학업 로드맵을 포기할 수 없다. 두세 명의 고시생이 모여 하나의 계정을 공유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김 씨는 “고시생 동료와 오전·오후로 강의를 수강할 시간대를 정하고 금액을 나눠 낸다”며 “합법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수강료가 부담인 고시 수험생들 사이에선 흔한 일” 이라고 쓴웃음을 보였다.

 

 

김예원 씨의 목표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부터 실습까지

“보장되진 않지만 불안하니까”

모두의 목표는 취업


  로스쿨 입시에도 사교육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본교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작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뛰어들었다. 법학적성시험 (LEET) 대비를 위해 메가로스쿨의 현장강의를 들으며 작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4달 동안 170만원을 지출했다. 올 상반기를 포함하면 학원비만 320만원이다. 메가로스쿨의 강의 외에도 김 씨는 개인적으로 현직변호사의 자기소개서 컨설팅 서비스를 알아봤다. SKY 로스쿨입시는 5회에 160만원, 타 대학 로스쿨입시는 100만원이다. 김씨는 “남들보다늦은 시기에 로스쿨 입학을 결심했기에 그 간극을 메꾸기 위해컨설팅을찾았다” 며 “나의 역량 중 어떤걸 법조인으로서 어필할 수 있을지 짚어주길 바랐고 답을 얻었다”고 전했다.

 

취준의 AtoZ, 어디든 따라온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올해 휴학한 동국대 박모 씨는 희망직무 설정부터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까지 취업 사교육업체의 도움을 받았다. 학점 관리에 열을 올리며 학교생활에 성실히 임했지만 3학년 2학기를 마칠 때까지 진로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못했다. 결국 박씨는 대기업 인사팀 출신과의 1:1 직무 컨설팅을 찾았다. 직무 컨설팅 시간, 컨설팅 담당자는 박 씨의 스펙과 성향을 물었다. 30여 분에 걸쳐 그동안의 활동과 흥미를 설명하니 컨설팅 담당자는 박 씨와 어울릴만한 직종을 제시했다. 2시간에 38만 원을 지불하고 나서야 공기업의 기획사무직으로 직무를 결정할 수 있었다. 나머지 1시간 30분은 공기업 대비 맞춤형 전략 설명이 이어졌다. 박 씨는 “기업에서 각 직무별로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살피는지, 어떤 성향의 인재를 선호하는지 들으니 취업준비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감이 왔 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컨설팅 담당자가 제시한 자격증과 직업기초능력평가(NCS)를 준비하면 서 자기소개서와 면접 대비를 함께하는 10회 ‘취업완성반’을 수강하기로 했다. 126만 원의 강의가 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 씨는 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꾸준히 사교육을 찾을 생각이다. 그는“돈을 벌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취업이 어렵다는 데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 이라고 말했다.

 

경력도 학원에서 쌓는 시대

  “요즘은 어떤 직무든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잖아요. 평소 관심 있었던 진로가 나와맞을까 미리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구직활동을 할 때 간접적으로나마 직무를 경험했다는 것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김모 씨 (연세대 경영21)

 

 

  취업시장에서 직무역량을 중시하는 수시 채용 바람이 불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직 무경험을 제공하는 사교육도 등장했다. 취업 멘토링 업체인 코멘토의 ‘직무부트캠프’ 는 수강생들이 현직자 멘토의 도움을 받아 인턴십을 체험하는 사교육이다. 수강생들은 30만 원 상당의 수강료를 지불하고 5주 간 세 번에 걸친 온라인 세션을 통해 현직자 멘토를 만난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 씨는 올해 초 직무부트캠프를 통해 A&R 직무를 경험했다. A&R은 레코드 회사에서 아티스트의 발굴, 계약, 육성과 앨범 제작을담당 하는 직무다. ‘A&R 직무부트캠프 5주 인턴 프로그램’에서 그는 아티스트 발굴부터 앨범 컨셉 선정 및 기획안 구성 등 음반 제작 전반에 관련된 과제를 수행했다. 첫 온라인 세션에서는 아티스트에게 정중하게 컨택 메일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김 씨는“회사에선 질문 하나 하기 어렵다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어디 가서 메일 작성법을 배우겠나”라며 반문했다. 5주 간의 인턴 체험을 마친 김 씨의 손에는 프로그램 수료 증이 쥐어졌다. 기업체에서 정식으로 근무 한 인턴십은 아니지만 경력이 부족한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소중한 한 줄이다.

  이공계 취업전문 사교육체 엔지닉에서 진행하는 ‘반도체 공정실습’도 인기다.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정모 씨는 8월 한 달간 65만 원을 내고 반도체공정실습에 참여했다. 반도체 공정에 대한 이론강의 이틀과 실습교육 이틀. 나흘의 교육치고 비싼 가격임에도 학생들 사이에선 지원 경쟁이 치열하다. 정 씨는 “반도체 대기업 합격수기 를 살펴보면 반도체 공정실습 스펙은 기본” 이라며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 에 사교육업체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반도체 공정실습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필수 된 직종도

  지상파 아나운서는 경쟁률은 1500:1에 가깝다. 지원자들 중 대다수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찾는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송정현(사범대 국교18) 씨는 지난해 12월 부터 학원에 다니고 있다. “독학으로 준비하면 많은 지원자 사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됐다”며 학원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의 정규반 5개월 수강료는 450만원. 한 학기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정규반 수업을 마친 송정현씨는 올 8월부터 진행되는 새로운 아카데미의 고급반 강의를 신청했다.고급반의 수강료 는 10회 수업에 360만 원이다.

  아나운서 아카데미가 사실상 필수코스가 된 것에는 대형 학원의‘ 추천채용’ 제도 가 한몫한다. 인력이 필요한 기업이나 지역 방송국은 대형 아나운서 학원에 추천 채용을 의뢰한다. 의뢰를 받은 학원은 수강생을 대상으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진행한다. 때문에 학원에 소속돼야만 추천 채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지상파 아나운서 채용도 경력직 수시채용으로 돌아섰다. 송정현 씨는 “아나운서 준비생들은 일반 기업이나 지역 방송국에서 경력을 쌓는 것을 1 차 목표로 여기기 때문에 학원의 추천채용이 간절하다”며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했다.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자 유년기부터 대입 까지 '사교육 일대기'를 보낸 지금의 대학생들은 취업이라는 더 높은 산을 넘기 위해 또 다시 익숙한 '그곳'을 찾는다.

 

어두운 밤, 한 학생이 노량진 취업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글│ 장예림 기자 yellme@

인포그래픽│ 정채린 미디어부장 cherry@

사진│ 조은진 기자 zephy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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