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BTS 현상에 대한 분석을 담은 책  <BTS: The Review>를 내놓고 나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것이다. “BTS는, 그리고 K-pop은 정말로 미국에서 인기가 있나요?” 아무리 방향을 바꾸어 다양한 방식으로 대답을 해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듯하다.

  글쎄,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을 먼저 지적하고 싶다.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를 사로잡는 것을 넘어 미국 주류 시장 자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또 하나는 BTS 현상, 기본적으로는 아이돌 음악과 팬덤에 대한 무의식적인, 제법 뿌리 깊은 폄하의 의식을 지적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BTS의 현상은 보편적이지 못할뿐더러 그 인기가 단순히 소수 ‘팬덤’의 맹목적인 -종종 억지스러운 - 지원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어떤 의미에서 나름 수긍이 가는 지적으로 보인다. 가령, 미국 내에서 BTS의 인기나 성공은 다른 미국 내 아티스트들의 사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음반 판매와 다운로드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그들의 인기를 수치 자체로 보지 않고 폄하할 이유가 되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강조하건대 대중음악에서 인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취되고 정의된다. 크게 나누자면 고관여층(팬덤)과 저관여층(일반대중)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나 이것이 또 반드시 무 자르듯 나뉘는 것도 아니다. 어느 시대나 열성적인(외부자의 눈에는 늘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팬덤은 있어왔고 그들이 무슨 수를 쓰든, 어떤 방식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지원하든, 그것이 합법적인 방식 인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빌보드를 비롯한 지표들은 그 상황을 역동적으로 반영하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기준과 카테고리를 마련한다.

  또 하나, BTS가 미국의 주류 시장에서 자국 기업과 방송국의 압도적인 지원을 받는 현지 아티스트와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잊곤 한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미국 팝의 역사를 수놓은 수많은 히트곡들이 ‘어떻게’ 1위가 되었는지에 일일 이 따져 묻고 관심 갖지 않는다. 그저 그 곡들이 그 시대의 인기곡임을 빌보드차트라는 권위를 빌어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대중음악 산업에서 히트는 자연스럽고 유기적이라기보다는 자본과 미디어 권력에 의해 ‘강요’되는 측면이 있다. 인기가 많아 방송에 많이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방송에 나와서 그 곡이 널리 알려지는 확률이 높다. 이같은 현실을 비추어 보면 BTS에 대한 아미들의 성원은 오히려 대중음악 산업에서 ‘돈’과 ‘권력’이 수행해왔던 일들 대신 떠맡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이조차 굳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면 그것은 대중음악 산업을 지나치게 나이브하게 바라보고 있거나 BTS의 인기를 단순히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BTS를 비롯한 최근의 케이팝이 오로지 ‘팬덤’만이 듣는 음악이라는 것도 절반은 틀린 말이다. 여기서 도대체 팬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미국에서 케이팝의 팬덤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안과 아시아 문화에 열광하는 일부 백인만을 의미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흑인, 라티노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있고, 주류 라디오에서도 ‘Butter’와 같은 곡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케이팝에 대한 일반대중들의 인식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그 팬덤의 경계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팝 산업의 지형이 이렇게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사이, 정작 한국에서는 그 흐름을 빨리 따라잡지 못하고 과거의 인식과 고정관념만으로 BTS 현상과 케이팝 열풍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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