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기억하는

빼놓을 수 없는 대학 문화

 

  2019년 겨울엠티를 떠난 이들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순간을 즐겼다. 이젠 수십 명의 사람들과 좁은 방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우는 엠티는 꿈도 못 꾼다. 엠티를 가본 마지막 학번이 3학년이 된 지금, 언제 돌아올지 모를 그날을 그리며 고대생들이 기억하는 엠티에 대해 물었다.

 

우이동으로 간 엠티에서 방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엠티 날 저녁 식사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모습이다.

 

어리숙했던 나의 흑역사

  “술만 마시면 기억을 잃은 채 사라지는 친구가 있었어요.” 이혜영(공과대 전기전자18)씨는 말했다. 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아 그는 우이동 엠티촌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친구는 구조가 똑같은 옆방에서 자고 있기도, 폐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심지어 하루는 새벽에 강가에 묶어둔 뗏목 위에서 눈을 떴다. “그때는 정말 무모하게 술을 마신 것 같아요.” 이혜영 씨에게 엠티는 목숨 내놓고 술을 마신 기억이다.

  흑역사가 부끄럽다며 익명을 요청한 씨는 새내기 때 갔던 첫 엠티에서 술주정을 부린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량도 모르던 때였는데, 술게임을 하다 과음했고 거기서 제 주사를 처음 알았어요.” 그는 제 모습이찍힌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가관이었다그래도 선배들과 동기들이 웃어줘서 다행이었다고 전했다. 엠티가 끝나고 해장하러 간 식당에서는 속이 안 좋아 음식에 손도 못대고 쳐다만 봤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4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 식당은 절대 가지 않습니다(웃음).”

  진세민(문과대 사회19) 씨는 2019년 동아리 엠티 전 마니또를 하면서 흑역사를 쌓았다. 익명으로 해야 하는 마니또 미션을 실제 프로필로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마니또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정체가 들통났다. 바로 들킨 건 부끄러웠지만 또 다른 추억을 쌓았다. 그는 상대방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잊어달라고 했다마니또를 밝히는 엠티 날까지 모른척해 줘서고마웠다고 회상했다.

 

진정한 엠티는 새벽부터

  서지윤(미디어19) 씨는 20195, 대성리로 엠티를 갔다.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 먹고 조별로 게임을 진행했다. ‘몸으로 말해요눈코입 보고 누구인지 맞히기등의 게임은 분위기를 띄우기에 제격이었다. 그는 술게임은 재밌었지만 술을 너무 못 마셔서 세 잔 정도 마신 다음 조용히 밖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엠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밤공기를 만끽하며 음료수를 사러 다녀오고 공터를 걸으며 동기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엠티의 진정한 재미인 것 같아요.” 서지윤 씨가 말했다. “평소에 밤을 새우는 건 힘든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쌩쌩했어요.” 그렇게 밤을 새우다 해가 뜨면 숙소를 정리하고 첫차를 타러 갔다. 그는 역까지 가는 길에 유행하던 노래를 틀고 다같이 흥얼거렸다지하철에 타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졸았던 것도 재밌었다고 엠티를 추억했다.

  “감성에 잠겨 솔직해지는 새벽, 그때 대화했던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김민갑(정경대 경제16) 씨는 엠티에서 가장 친해지는 건 늦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몇몇은 술에 취해 잠든 시간, 밤늦게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다양했다. 새내기 때 갔던 엠티에서는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2학년 때 갔던 엠티에서는 정치에 대해 대화했다. “저는 경

  제정책을 입안하고 싶었고, 교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도, 창업하겠다는 친구도 있었죠.” 그에게 엠티는 마음속 깊은 얘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두고두고 추억할 소중한 경험

  본교 낙산수련관은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엠티 명소다. 남현구(공과대 신소재16) 씨는 “2016, 2017년에 밴드 동아리 양지바른곳엠티로 낙산수련관을 방문했다당시에는 4.18기념관에서 명단을 제출하고 날짜를 추첨받았다고 말했다. 넓은 객실에서 합주가 가능하다는 점은 또 다른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밴드동아리인 저희는 합주를 하지 않았지만 아침부터 들려오는 옆방 밴드 동아리의 드럼 소리에 잠에서 깬 기억이 있네요.”

  “특별한 엠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어요.” 편유경(문과대 사회19) 씨는 사회학과 야구 직관 소모임 야아악의 친구들과 함께 광주로 엠티를 떠났다. 학기 중에는 수도권 야구장만 방문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내린 결행이다. “대구, 부산, 광주, 대전 중 부원들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광주로 선정했어요.” 원정 경기 관람이 주된 목적이었기에 다른 엠티들과는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달랐다. 편유경 씨는 광주에서 기아와 한화의 경기를 관람했다기아 타이거즈 응원석이었지만 한화, 삼성, 두산 등 각자 응원하는 팀의 옷을 입은 게 재밌었다고 전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함께한 엠티는 친구를 사귀기에도 쉬웠다. “학번이 달라도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으니 친해지기 쉽더라고요. 재밌으면서 인간관계까지 넓힌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사라진 엠티 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민갑씨는 엠티 당시 술 문화가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는 건강 상해가며 술을 마셔야 하는지 의문이었다술게임만 시작하면 목청이 커지는 게 어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런 문화를 즐겨야 하는 때가 따로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엠티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을 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20학번, 21학번이 안쓰러워요.” 서지윤 씨는 새내기 때 갔던 엠티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그때가 마지막 엠티일 줄 알았더라면 더 재밌게 즐길 걸 그랬어요.”

 

유승하기자 hahaha@

사진제공남현구(공과대 신소재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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