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당신이 문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은 그저 서 있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부인과 다툰다면, 오로지 다툼에 몰두한다. 그것이 명상이다.

  만약 당신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부인과의 언쟁을 떠올리는 데에 사용한다면, 그것은 명상이 아니다. 그저 멍청한 짓에 불과하다.

 

  명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이들이 명상을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가부좌를 틀고 집중하는 것으로 여긴다. 혹자는 명상이 마음에 안정을 줄 뿐,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명상은 우리 삶에 생각보다 가까이 존재하고, 때론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기도 한다.

  저자 카르스텐 두세는 실제 변호사 출신으로, 변호사인 주인공 비요른의 입을 빌려 현실적인 변호사의 모습을 보여 준다. 드라마 때문인지 우리는 변호사가 항상 정의의 편인 이상적인 사람인 줄로 안다. 그러나 <명상 살인>의 주인공은 범죄조직의 두목을 비호하는 인물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범죄자들의 변호를 맡아 형량을 낮추고 그들의 더러운 행각의 뒤처리를 업으로 삼고 있다. 비요른은 법의 수호자이면서 범죄조직의 뒷배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비요른의 첫 번째 문제는 이런 줄타기를 탐탁지 않아 하는 아내에게서 출발한다. 가정에 신경 쓰기 위해 그는 아내의 추천으로 요쉬카 브라이트너 선생을 만나 명상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명상을 통해 더 나은 남편이자 아버지로 거듭난 비요른은 이번에는 범죄조직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실수와 고의가 반쯤 뒤섞인 결정으로 모시던 조직의 두목을 죽인 변호사는 조직을 구하고 용의선상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이젠 딸아이의 유치원 등록 문제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일과 건강,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비요른은 자기 앞에 놓인 문제들을 명상이라는 진부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차례차례 해결한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틈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릴 때도 이전처럼 당황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요쉬카 브라이트너 선생의 글을 떠올리며 명상에 잠긴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고 알맞은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재고한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숨 가쁜 하루를 보낸다. 수많은 문제와 마주치고 수많은 결정의 순간을 맞이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감정적으로,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일을 처리하곤 한다. 뒤엉킨 문제에 지레 겁을 먹고 일찌감치 포기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한 발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잠시 나를 멈추고 명상의 시간을 가져 보자. 그리하면 우리는 소설 주인공보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지라도 인생의 주인공답게 우아하고 고상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윤승준(문과대 국문20)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