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켓배송에 갈려지고 있는 사람에 관한 기사를 썼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네가 선택한 일이면서 왜 찡찡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나한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비루하기 그지없는 기사를 자책하며 지새운 밤, ‘기자하지 말걸’ 후회를 적어 내렸던 일기장을 들킨 기분이었다.

  하지만 화살은 내가 쓴 기사에 나오는 사람을 향해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 일을 하는 쿠팡 친구에게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꼬우면 때려치우고 다른 일 해. 힘든 일인 줄 알고 선택한 거고, 돈을 받고 있는데 왜 이리 찡찡거려. 다른 곳은 더 힘들어. 그러니 공부 좀 더 하지 그랬어.”

  노동 현장의 힘듦은 오로지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일까. 직업을 선택한 개인이 자신의 자존감과 건강, 생명까지도 모두 담보로 맡긴 채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사회적 자아가 메말라버린 이들의 논리는 무서웠다. 사람들이 다른 곳도 아닌 쿠팡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지워버렸다. 야간 노동이 일상과 건강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돈을 빨리 벌기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 ‘빨리빨리’를 원하는 고용주와 소비자 탓에 도로에서 목숨 걸고 엑셀을 밟는 그들의 일상을.

  당장 밤 10시가 되어서도 내일 출근 여부를 알 수 없는 회사, 오픈 카카오톡방에 “00센터 출확(출근 확정) 문자 왔나요?”라고 물어봐야 하는 직장, 초 단위로 성과가 기록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곳.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AI 알고리즘으로 1초도 쉬지 못하게 하는 곳. 그러면서도 급증한 온라인 주문에 역대 최고 매출을 찍어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 쿠팡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져서, 당장 내일 쓸 한 푼이 급해서, 공무원 학원에 등록하려고, 이곳을 자신의 일터로 삼고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시장 논리이자 자본주의 경제라고 이야기한다. 바꿀 수 없는 거대한 경제 구조이자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라고. 켜켜이 쌓아온 자본이 없으니, 노동력을 투입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그런데 내가 배웠던 경제 원칙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을 로켓배송 연료로 삼았으면 그에 합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하고, 값싼 배송비로 소비자를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면 그 과실도 나눠야 한다고 배웠다.

  고백한다. 나는 로켓배송의 연료로 피, 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네가 선택한 거잖아”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논리를 기사로 정교히 반박하지 못했다. 겨눌 수 있는 말을 아직도 찾고 있다. 이런 나는 “네가 선택한 거잖아”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당분간은 이 직업에서 도망치기 어려울 것 같다.

 

<진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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