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돌’로 형상화해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 들었다’라는 구절에서 제일 먼저 ‘달걀’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달걀은 유정란, 무정란으로 나눠진다. 유정란은 암탉과 수탉의 짝짓기로 나온 달걀이며 무정란은 수탉 없이 암탉 혼자서 만드는 달걀이다. 사랑은 생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는 달걀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죽어있는 상태 즉 무정란과 같은 사랑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달걀’로 비유함으로써 손에서 놓치는 순간 깨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물을 채운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담그고 들여다보며 며칠을 지냈는가 하면 물을 버린 은빛 대야 속에 돌을 놔두고 들여다 보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라는 구절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 ‘먹빛이었다가 흰빛이었다가 밤이었다가 낮이었다가’라는 구절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이어지는 ‘사과 쪼개듯 시간을 반 토막 낼 줄 아는 유일한 칼날이 실은 돌이었다’라는 구절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그린다.

  시는 쓸모없기 때문에 정의를 내릴 수 없다. 김민정 시인은 “무한한 측면에서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게 바로 시”라고 표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류지희 (문스대 문예창작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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