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한계 딛고 세상 밖으로

스페셜올림픽 선수위원장 맡아

“다른 경계인들도 용기 내길”

 

경계 청년 최원재 씨는 "경계인과 발달장애인도 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하기 벅찬 요즘, 최원재(남·27) 씨는 카페 일도, 배구선수 활동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작년부터는 스페셜올림픽 선수위원장으로까지 활약하기 시작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자퇴를 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부모의 지지와 심리 상담으로 모두 무사히 이겨냈다. 현재는 경계선 지능인, 발달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원재 씨는 “우리도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경계선 지능으로 겪었던 어려움이 있다면

  “학창시절에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놀림을 받았습니다. 괴롭힘에서 벗어나고자 단소를 던지는 등 반항도 해봤지만 해결되는 건 없었어요. 힘들던 와중에 부모님께서 학교를 그만두자고 하셨죠. 마음을 치유하고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하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소개로 ‘성장학교 별’에 입학했어요. 학교에서는 감정과 관계에 대한 수업을 들었고 스포츠, 예술 등 다양한 경험도 쌓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리스타로 취업하기 위해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을 이수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침 ‘성장학교 별’의 교장 선생님께서 카페 ‘아자라마’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직원 자리를 제의받아 2017년부터 일하고 있습니다.”

 

- 배구선수로도 활약 중인데

  “2018년부터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체육학과 학생들과 함께하는 배구 동아리 ‘쏙쏙이화’에서 활동 중이에요. 처음에는 배구 만화를 좋아해서 참여하게 됐죠. 지금은 배구 덕분에 친구도 생기고 건강해져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에이스는 아니지만 멀티 포지션으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는 팀의 살림꾼 역할을 맡고 있어요.

  최근에는 배구선수 생활 중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어요. 원래 매직으로 등번호를 쓴 티셔츠를 입고 경기했는데 얼마 전에 유니폼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배구단이 창단된 이후 처음으로 한 세트를 이겼어요.”

 

-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선수위원장이 된 계기는

  “스페셜올림픽은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올림픽이에요. 배구선수로서 여러 대회에 참가하던 중 2018년, 2019년 스페셜올림픽에도 출전하게 됐는데 그걸 계기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선수위원장이 됐습니다. 지금은 동아시아지역 선수위원장도 겸하고 있죠. 선수위원장으로서 발달장애인들의 스포츠활동과 문화, 예술 활동까지도 지원하고 있어요.

  위원장을 제안받았을 당시에 스페셜올림픽만의 장점이 눈에 들어와 그 제안을 바로 수락했습니다. 스페셜올림픽은 경쟁보다는 모두가 즐겁게 활동하자는 취지가 강해요. 올림픽에서는 승패에 따라 금, 은, 동을 줄 세우지만,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모두가 승리자라는 의미에서 첫 번째 승리자, 두 번째 승리자 등으로 선수들을 부르죠.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공동체로서의 소속감도 느끼고 ‘선수위원장 최고’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제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돈을 벌어서 아버지께 용돈을 드리고 있어요. 경계선 지능을 가졌지만 충분히 자립할 능력을 갖췄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하죠. 흔히 경계선 지능을 학습이 느리고 별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만 아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서툴러도 열심히 노력하는 경계인들도 많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새 미디어에서 발달장애인에 주목하고 있긴 한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경계선 지능 동료들에게는 세상은 우리를 반기고 있으니 용기 내라고 전하고 싶어요.”

 

글│유승하 기자 hahaha@

사진│강동우 기자 el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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