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형태 간소화에 영향 받아

경기침체에도 펫코노미 성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완견’으로 불리던 강아지는 이제 반려견을 넘어 가족 구성원이 됐다.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이란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대리자로 인식하고, 인간과 같은 속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우하는 현상을 말한다. 반려견은 이제 함께 있을 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만이 아닌 그 자체로 행복해야 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가족이 된 반려견을 위해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듯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놀린다. 이런 보호자들의 소비는 ‘펫코노미’라는 새로운 동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족 역할 대신하는 반려견

  강아지를 단순히 반려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조은숙(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상담에도 가계도에 펫을 표현하는 기호가 생긴 지 오래됐다”며 “과거에는 아이와 부모가 갖는 문제로 주로 가족 상담을 찾았다면, 지금은 아이 대신 반려견을 데리고 상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로는 가족 형태의 간소화를 들 수 있다. 조은숙 교수는 “전보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지만, 관계를 맺고 누군가에게 애정을 주고자 하는 욕구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심리적 부담으로 생긴 가족의 빈자리를 반려견이 대신한다. 박지원(여·51) 씨는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가는 반려견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독립시킨 이후의 노후가 길어지며 애정을 쏟을 상대로 강아지를 분양받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녀를 독립시킨 후 반려견을 돌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어요.” 김진경(여·54) 씨는 말했다.

 

세일이 없는 반려동물 산업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 최근 유기농 음식으로 만든 자연식을 구매하고 있어요.” 김예진(선문대 간호학과19) 씨는 말했다. 사람들의 인식변화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2018년에 이미 3조 원을 돌파했다. 김옥진(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연평균 성장률이 14.1%인 것을 고려하면 오는 2023년에는 약 4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 산업의 종류도 변화를 보인다. 과거에는 돌봄에 꼭 필요한 산책줄과 사료 등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반려견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과 유기농 펫푸드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은 영유아 관련 산업과 유사한 동향을 보인다. 두 산업은 들인 원가는 적지만 훨씬 비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김경자(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산업의 고급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자 하는 것과 같은 심리가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화 동향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은 줄지어 고가의 반려견 용품과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명품 에르메스는 정교한 장인 기술의 배럴 제작 전통 방식을 따른 오크 소재의 밥그릇 ‘반려견 볼’을 출시했다. 150만 원을 넘는 고가의 가격이지만 전국 매장에서 품절된 상태다.

  반려동물 산업의 성행은 식용품에 국한되지 않고 반려견 출입을 환영하는 펫프렌들리 서비스공간에도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또는 복합쇼핑몰에서도 강아지용 유모차를 구비하고 반려견과 놀 수 있는 펫파크를 만드는 등의 변화를 보인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호캉스인 ‘멍캉스’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최아영(여·26) 씨는 “강아지를 맡기고 여행을 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동반 패키지가 생겨 좋다”고 말했다.

애견 전문 편집샵 '루이독부띠끄'에서는 강아지들을 위한 프리미엄 의류, 장난감 등을 판매한다.

 

  조은숙 교수는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하는 것은 현재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인간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충족되던 욕구들이 가족 형태가 소규모화되며 반려견을 통해 충족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반려견은 보호자에게 조건 없는 충성심을 보인다”며 “반려견이 가족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반려견과의 관계와 인간관계를 혼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박지선 기자 chance@

사진│강동우 기자 ellip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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