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공모해 엮은 에세이집

캠퍼스 안팎의 관찰과 경험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신간 에세이집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의 표지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원장=김상용 교수)이 본교 구성원 42명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924일 발표했다. 이번 신간을 위해 출판문화원은 3월부터 한 달간 원고를 공모받았다. 에세이집에는 코로나사태를 겪으며 캠퍼스 안팎에 흩어졌던 학생, 교수, 직원, 교우의 이야기가 한데 모였다. 김상용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원장은 "비대면 수업으로 캠퍼스가 2년째 텅 빈 모습을 보며 출판문화원만이 할 수 있는 시도를 기획했다다양한 고려대 구성원들의 생각을 엮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라고 밝혔다.

  이 책에는 코로나19로 변한 세상 속에서 필자들이 저마다 새로운 삶에 적응한 과정이 기록됐다. 비대면 강의를 수강하며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과 캠퍼스 안팎의 이웃들에 대한 관찰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이 실렸다. 아시안 혐오나 사회 양극화 현상, 방역 정책의 모순 등 코로나와 관련된 사회쟁점을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편지를 보낸 42명 중 네 명의 발신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일부를 살펴봤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준 교훈

  1캠퍼스에서 코로나19를 맞다22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중 환생(換生)’을 집필한 이지윤(국제학부20) 씨는 팬데믹 기간에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경험을 기록했다. 지하철 구석 자리에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와 그들의 신발 모양새에 주목한 감각적 경험이 글에 녹아들어 있었다. “종류도 상태도 각양각색인 신발들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신발 주인의 삶을 잠시 엿본 것만 같다(70)”는 그는 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행복 충전소인 지하철을 타는 다른 사람들의 신발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엿보며 행복을 찾는다(71).” 자신의 글에 코로나를 한 번밖에 언급하지 않은 이 씨는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만큼은 코로나보다 자신이 가장 행복해지는 일을 떠올리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인용(보과대 보건환경16) 씨는 1부에서 ‘Lazy Syndrome(게으름 증후군)’을 작성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늘어진 일상 속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우울증을 이겨낸 경험을 풀어냈다. 비대면 생활로 가용 시간이 늘었던 팬데믹 초기, 하루를 더 열심히살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죄책감을 안겼다. 정인용 씨는 이를 게으름 증후군이라 진단했다. 이후 깨달은 것은 추가된 시간이니만큼 어떻게 생각하면 어차피 없던 시간(104)”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게으름 증후군이 단순히 우울증으로의 도화선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찾게 용기를 주는 스위치(105)”라고 여기면 되는 일이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이전까지의 삶에서 못했던 것을 시도하며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일상을 채우기를 바랐다.

 

일상 곳곳에 스며든 코로나

  김수환(경영전문대학원) 씨는 직장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아이 둘의 아버지다. 그는 3코로나19 시대를 살며 깨달으며안녕하세요?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신의 여러 사회적 역할에 미친 영향을 기록했다. 팬데믹 초기에 대학원 새내기가 된 그에게는 학부생 새내기들처럼 캠퍼스 낭만을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경영본관이나 도서관 같은 건물조차 사용하지 못했고, 저녁 도시락이나 3교시 이후 술자리 같은 경영전문대학원만의 문화는 그에게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제약회사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으로서도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그는 서로의 안부를 묻던 온기는 딱딱한 아젠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290)”며 조직 내 변화를 포착했다. 아버지로서도 삶의 변화가 있었다. 줄어든 만남과 정리된 관계에서 생겨난 공백은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김 씨는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지금, 남겨진 소중한 것들을 누리고 즐기며 삶을 채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절절한 관심으로 이웃을 살피며

  남성욱 행정전문대학원장은 3부에서 ‘COVID-19와 세종캠퍼스, 그리고 평양 코로나비루스를 집필했다. 보직교수이자 통일외교안보를 전공한 남 원장은 코로나가 학교 운영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 미친 영향 등 현장의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평소에 세종캠퍼스를 오가며 관찰했던 이웃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세종캠 인근 통학버스 업체와 30년 전통의 인쇄소, 학생회관 내 미용실, 인근 원룸 업체 등 코로나 사태 이후로 생업에 직격탄을 맞은 이웃들의 어려움이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그는 절절하고도 처절한 관심을 가지고 캠퍼스 주변 자영업자들의 삶을 관찰했다고 전했다. 이어 독자들에게 삶에는 비극과 희극이 반복되는 만큼, 코로나라는 터널에도 끝이 있다는 희망을 되새기며 무너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글 | 김영은 기자 zerois@

사진제공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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