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졸띠] 봄으로 들어가 가을날에 나오다
[아랑졸띠] 봄으로 들어가 가을날에 나오다
  • 송원경 기자
  • 승인 2021.10.10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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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안암 '따뜻한 하루에'

 

  청산MK문화관 뒷골목. 편집국을 출퇴근하며 매번 지나던 길이다. 그때마다 간판 없는 카페를 보며 언젠간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며칠 전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카페 이름은 ‘따뜻한 하루에’. 우리말 ‘하루에’와 일본어로 ‘봄으로(はるへ)’라는 뜻을 지닌 가게 이름은 사장의 오랜 친구가 분위기와 어울린다며 지어주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 향과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테이블이 네 개 남짓인 만큼 조용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기 좋은 카페이다. “제가 번잡한 걸 선호하지 않아요. 학생들이 편하게 수다 떨고 공부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따뜻한 하루에’ 김문주(여·40) 사장은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담았다며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다고 전했다.

  ‘따뜻한 하루에’의 모든 메뉴는 비건이다. 밀가루 대신 사장의 부모님이 농사지은 쌀, 흰 설탕 대신 비정제 설탕, 그리고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비건 빵을 만든다. 식빵, 쿠키, 머핀, 파운드 케이크 등이 합리적인 가격대로 진열돼있다. 전 메뉴에는 가격과 채식 등급이 적혀있다. 오로지 식물성 음식으로만 만들어진 ‘비건’ 그리고 유제품까지 허용되는 ‘락토’. 추가로 쌀가루를 사용한 ‘글루텐 프리’까지. 또한 비건들이 이용하도록 모든 음료는 우유를 두유로 변경할 수 있다.

  쌀로 만든 르뱅 쿠키는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고, 감자가 들어간 포카치아는 담백하니 계속 손이 간다.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스모어 쿠키는 달달하고 맛있어 독특했다. 김문주 사장은 “비건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많은 사람이 비건을 손쉽게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비건 카페를 연 거예요”라며 개점 동기를 밝혔다.

  한산한 뒷골목에 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기지 않는다. “안암에 이런 카페가 생겨서 손님들이 좋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껴요”라는 사장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맛있는 빵을 먹고 싶다면, 혹은 비건을 가볍게 시도해보고 싶다면, ‘따뜻한 하루에’로 가보는 게 어떨까.

 

송원경 기자 b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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