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이’ 관객 일상에 스며든 영화축제
‘더 가까이’ 관객 일상에 스며든 영화축제
  • 이성현·이현민 기자
  • 승인 2021.10.1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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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프 현장 스케치

영화로 가득 찬 남포동 거리

“마실 나가듯 집 앞에서 즐겨요”

 

  “영화제의 주인공은 관객이다.” 2018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BIFF,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는 관객 주도의 영화제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스핀오프 페스티벌인 ‘커뮤니티비프’를 운영해왔다. ‘커뮤니티비프’에서는 관객이 직접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는 ‘리퀘스트 영화제’, 감독 및 배우와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마스터톡’, 평론가들과 제목 없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블라인드영화제: 정듀홍’ 등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올해부터는 집 근처에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동네방네비프’를 신설해, 기존 남포동·해운대 일대가 중심이었던 커뮤니티비프를 부산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에 부산 14개 구·군 마을 공동체에서 영화와 부대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영화와 함께 거리를 누비다

  남포동에 위치한 비프광장 일대에서는 ‘커비로드’ 행사가 열린다. 커비로드는 영화와 관광, 부산 원도심을 연계한 다양한 체험 행사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나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영화백일장’,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 즐기는 ‘스크린 콘서트’ 등 시민들은 남포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다채로운 놀거리와 볼거리를 골라 즐길 수 있다. 조원희 커뮤니티비프 운영위원장은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제를 위해 고안한 방안이 커뮤니티비프”라면서 “코로나19 전에는 관객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 등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이 더 많았는데, 지금은 축소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들어와서 편하게 보세요.” 부산국제영화제 모자를 쓴 조원희 위원장이 야외무대를 오가는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야외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어떤 시민은 발걸음을 멈춰 잠시 영화를 관람하고, 그중 몇몇은 아예 1열에 자리 잡아 영화에 집중하기도 한다. 남포동 토박이 박유진(여·70) 씨는 “어제 전야제도 관람하고 지금 또 영화를 보러 왔다”며 “접근성이 좋아서 매년 편하게 행사를 즐기러 온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틈타 행사를 구경하러 나온다. 영화 <부산의 노포>를 관람하던 쟈니킴(남·62) 씨는 “예전에 외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남포동 맛집에 데려가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비프광장 야외무대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커비로드는 거리를 누비는 행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기로 채워졌다. 비프광장에서 출발해 남포동 팥빙수골목을 지나 5분 정도 걸어가면, ‘청년기획전’이 열리는 BNK 아트시네마에 도착한다. 올해 청년기획전에서는 커뮤니티비프 청년기획단이 ‘친구’를 주제로 선정한 4편의 영화와 어우러지는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상영한다. 기획전의 첫 번째 작품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 친구와 연인 사이의 복잡미묘한 관계를 그린 영화 <플립>이었다. 혼자 온 관객도 연인의 손을 잡고 온 관객도, 작은 상영관 안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황이현 타로전문가와 함께하는 연애타로 이벤트가 이어져, 관객들은 자신을 둘러싼 인연을 떠올리며 그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를 기획한 청춘기획단 측은 “기존의 영화를 더 새롭고 낯설게 관람할 방법을 고민했다”며 “영화 속 다양한 형태와 질감의 우정을 보며 관객들이 ‘친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감독 및 배우와 함께 영화를 보며 환담하는 ‘마스터톡’과 상영작 3편을 연달아 관람한 후 영화애호가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블라인드영화제: 정듀홍’ 등 관객들은 영화제를 색다른 방법으로 즐겼다.

 

‘우리’ 동네에 찾아온 영화제

  올해 신설된 동네방네비프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영화제를 위해, 부산시의 14개 구·군에서 프로그래머 추천작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우리 집 근처에서 영화를 즐기고 배우며 ‘영화가 마을의 일상이 되는 지역특화 브랜드’를 만들려는 목적이다. 부산의 특색을 보여주는 관광 명소와 거점 공간 중 역사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해 최종 장소를 선정했다. 동네방네비프를 기획한 강정룡 대외사업실장은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에서 열렸지만, 가보지 못한 부산시민이 90%가 넘는 실정”이라며 “많은 분이 영화제를 더욱 가까이 느끼도록 장소 선정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접근성 좋은 영화제는 동네 주민들에게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선물이 됐다. 부산시 서구의 동네 야경 명소인 천마산 에코하우스에서도 지난 7일부터 동네방네비프가 열렸다. 부산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펜션의 야외무대에서 영화 <벌새>가 상영됐는데, 동네 젊은이도 어르신도 다양하게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많은 사람이 스크린 하나를 바라보며 슬픈 장면에 함께 탄식하고, 실없는 유머엔 함께 웃었다. 동네의 한 노인은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찾아왔다”며 역정을 내다가도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영화에 스며들었다. 우하진(여·24) 씨도 “지인의 추천으로 동네방네비프에 참석하게 됐는데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경험을 해 기뻤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 강민정(여·47) 씨도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사하구에 위치한 부네치아 장림포구에서도 영화 <빛나는>의 야외 상영회가 열렸다. 이탈리아 항구도시인 ‘베네치아’에서 이름을 딴 부네치아의 바람과 파도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낭만을 선사했다. 관객 유미나(여·30) 씨는 “전에는 센텀시티까지 갔어야 했는데, 이렇게 동네에서 가까이 영화제를 접할 수 있다니 좋다”고 말했다. 장림포구 주민 김봉남(남·60) 씨 역시 “부산에 오래 살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처음 참여한다”며 “내가 사는 장림포구에서 영화제를 즐기니 뜻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강서구 록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등에서 열린 동네방네비프는 보다 많은 시민에게 영화제의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사회에 좋은 추억을 새겼다.

부산시 서구 천마산 에코하우스에서 관객들이 영화 <벌새>를 관람하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부네치아에서 영화 <빛나는>이 상영되고 있다.

 

글 | 이성현·이현민 기자 press@

사진 | 서현주·이성현·문도경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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