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성도 독자성도 떨어져

심층기사로 학내 담론 이끌고

지면 중심 기획에서 벗어나야

 

 

  “요즘 고대신문 보는 사람 없지 않나요?” 본교생들에게 ‘고대신문’에 대해 물었을 때 흔히 돌아오는 답변이다. 종이신문 발행과 더불어 웹진, 뉴미디어 플랫폼까지 활동 범위를 넓힌 고대신문은 매주 학내 소식을 전하는 보도성 기사와 사회의 각 분야 이야기를 전하는 심층기획 기사를 내보이고 있다. 한번만 눈길을 달라는 뉴스가 줄을 서는 시대. 학내 사안에 대한 무관심이 결합하며 ‘종이신문’ 학보사는 정보 전달 수단으로서의 효율성을 잃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러한 국면에서 본지는 어떤 정체성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가. 창간 74주년을 맞아 독자와 언론 전문가를 만나 학내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독자 참여 늘린 ‘학내언론’으로

  ‘고대신문’은 교내 행사와 학생자치활동을 비롯한 학교 소식을 다루는 보도성 기사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학보의 주된 기능이었던 학내정보 전달의 기능은 약화됐다. 신문보다 온라인 플랫폼이 익숙한 학생들에겐 학교 공식 SNS나 에브리타임 등 교내 커뮤니티가 학교 소식을 전달받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면 기사의 정보는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늦게 대중에 전달된다는 점도 문제다. 정영희(미디어20) 씨는 “주간지라는 특성상 고대신문 보도기사의 정보는 신선하지 않다"며 "온라인 플랫폼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보보다 늦게 전달돼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정보 획득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언론사들은 각종 매체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얘기가 담긴 독자적인 콘텐츠로 기성언론에선 찾아볼 수 없는 뉴스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교내 구성원을 포함한 독자 친화 콘텐츠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학내 구성원들과 보다 가까이 소통하며,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밀접한 취재 아이템을 발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태훈 창업지원팀 팀장은 “코로나로 정체된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만한 내용으로 지면이 채워져야 한다”며 “각종 학사제도의 이용법이나 교내 학생들의 취업 이야기 등 학생들과 현실적으로 가까운 정보가 담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영수(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과) 교수는 “요즘 고대신문은 교수사회에서 ‘읽을 거리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며 “학생들이 요즈음 하고 있는 고민은 무엇인지 교수가 참고할 기사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자 좌담회나 토론회 등과 같은 학생 참여형 콘텐츠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대신문의 여론연재면은 영화 비평코너인 ‘고플릭스’, 사회적 논쟁에 대한 교내 학생들의 대립된 시선을 담는 ‘민주광장’ 등 학내 구성원들이 직접 쓴 글을 싣고 있다.

  지면 내의 콘텐츠만으로 구성원들의 상호 소통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독자와 전문가들은 지면을 넘어 독자들의 목소리가 더 직접적으로 담길 수 있는 콘텐츠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상우(공정대 정부행정17) 씨는 “현재 캠퍼스 내엔 학생들이 사회적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직접 의견을 내보일 장이 부족하다”며 “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나 대담회를 고대신문 주관으로 개최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채영길(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독자위원회 활동을 활성화하는 등 구성원의 참여를 이끌어 대중적 담론을 매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학내언론은 학생 사회의 공론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 깊게, 더 넓게, 더 과감하게”

  학교 밖 사회를 다루는 기획면은 문화·사회 분야의 이슈를 학생 기자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하지만, 기획면 기사에 대한 독자의 관심은 저조한 실정이다. 기성언론에서도 양질의 기사를 충분히 찾아볼 수 있기에, 학보사의 기획 기사를 읽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원재(문과대 한국사20) 씨는 “사회적 이슈가 궁금하면 기성언론을 찾아보기 때문에, 굳이 고대신문을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고대신문 기획면은 ‘학내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캠 홍보기금팀 직원 이정한 씨는 “고려대학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교외 소식 비중이 높아지면 대학언론만의 특별함이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학보사 고유의 색깔을 보전하기 위해선, 학내 사안을 다루는 보도면의 심층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장영수 교수는 “보도성 기사가 학내 사안을 피상적으로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일반 언론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대학 사회를 깊이 있게 다루는 기사를 계속해서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영(미디어학부) 교수도 “적은 횟수라도 보도면에서 기존 사회면, 문화면처럼 장기적인 취재를 통한 심층기사를 꾸준히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내외 사안을 다룰 땐, 학생들 사이에 새로운 공론이 만들어질 주제를 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형식(문과대 사회16) 씨는 “고대신문에서 다룬 ‘교내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기획기사는 사회적으로 이슈된 미화노동자 처우 논란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며 "학내외 사안을 조명하는 동시에, 학생 사회에서 다시금 논의될 기사가 많이 작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교가 위치한 안암동 일대 지역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방안도 제안됐다. 실제로 학보사가 학내 사안 취재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 언론지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버드대학교 학보사인 ‘하버드 크림슨’은 미국 케임브리지시를 기반으로 한 소식을 폭넓게 전하며 지역 언론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버드 크림슨은 케임브리지시의 시의회 선거 특집 기사를 연재하거나, 웹진에 코로나19 항목을 별도로 개설해 지역 내 감염 현황을 보도하는 등 지역 사회와 밀접한 이슈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한편, 고대신문은 학교 인근 성북구와 동대문구 지역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기재하고 있다. 성북구청 및 동대문구청과 문화재단 차원에서 기획하는 전시나 주민 행사에 관한 소식을 담은 스케치 기사, 보도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성북구가 주최한 청소년 독서행사인 ‘청청프로젝트’ 소개 기사, 동대문구청과 고대앞마을 도시재생센터가 주관한 ‘고대앞마을 전시전’ 스케치 기사가 있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이슈에 대한 심층적인 기획보도는 부족한 실정이다.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뉴스 정보는 우리 생활과 가까운 이야기일수록 뉴스 가치가 더 크다"며 "범위를 확장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삶의 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담는 지역 언론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영 교수도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교 주변 동네 주민들과도 직접 소통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취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경쟁력 높여야

  매체의 중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종이신문을 생산하는 대다수의 기성언론들은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SNS 운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영상 뉴스나 인터랙티브 뉴스와 같은 온라인 전용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고대신문 역시 지면뿐만 아니라 웹진에 기사를 게재하고 SNS에 전용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웹진으로 연결되는 기사 링크가 첨부되고, 인스타그램에는 지면 기사를 요약한 카드뉴스가 매주 게시된다. 또 유튜브에는 지면에서 다룬 소재를 영상화해 전달하는 ‘커넥티드’ 영상이 실린다. 

  하지만 11월 5일 기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구독자 수는 각각 625명, 276명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원인은 홍보 및 콘텐츠 부족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박동영(자전 경영20) 씨는 “현재 제공 중인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한 씨는 “단순히 지면에 올라가는 기사를 재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포맷에 알맞는 콘텐츠를 고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일보와 JTBC는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를 겨냥한 영상플랫폼 ‘헤이뉴스’를 론칭했고, SBS는 ‘스브스뉴스’와 ‘비디오머그’를 통해 각각 카드뉴스와 영상뉴스를 제공해 큰 인기를 얻었다. 김재영 교수는 “지면 중심 생산을 꼭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여기서 탈피해 젊은 세대의 성향에 맞는 더 가벼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끝으로 강조한 것은 기자들의 ‘실험정신’이었다. 독자들의 애정을 얻고 싶다면, 위의 지적과 조언을 바탕으로 여러 실험을 과감하게 선보이라는 주문이었다. 채영길 교수는 “고대신문의 독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충족할 다양한 도전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교수도 “어느 언론사에서도 볼 수 없는 고려대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 학내 매체”라며 “그런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대신문”이라고 말했다. 

  박재영 교수의 명료한 답변은 창간 74주년을 맞은 고대신문에 과제를 던졌다. “독자들이 안 보는 게 싫다면 보도록 만들어야죠. 그거 하나만 딱 고민하면 돼요.” 

 

글 | 이주은·김선규·김영은 기자 press@

인포그래픽 | 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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